전남 농업, AI 기반 기술지도로 생산성 높일 때다

2025-11-07

[전남인터넷신문]AI 기술은 이제 농업에서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트랙터와 콤바인 같은 기계 장비뿐 아니라, 생육관리 센서, 병충해 예측 시스템, 포장·유통 자동화까지 농업의 전 과정에 AI가 적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농업인이 직접 경험과 기술에 의존해 생산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이제는 데이터 기반 분석과 예측이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문제는 기술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음에도 교육과 지도 체계는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전남 농업이 AI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지도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얼마 전 농산물 상품화 과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던 자리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있었다. 한 교육생이 특정 작물과 관련된 전문적인 질문을 던졌는데, 이는 당시 강의 주제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내용이었다. 우연히 그가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기에 휴식 시간에 AI 기반 검색을 활용해 외국의 전문 자료를 즉시 찾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는 “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도 배우지 못한 정보를 몇 초 만에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라며 크게 기뻐했고, 이후 해외 생산 동향과 시장 가격 변동을 직접 분석해 상품화 전략을 세우겠다고 했다. 이 장면은 농업 현장에서 AI가 단순한 정보 검색 기능을 넘어, 농업인의 학습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처음 보급되었을 때 누구도 ‘사용법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지만 곧 일상화되었듯, AI 또한 빠르게 생활 기술로 확산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농업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AI를 알려주는 교육’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다.

기존의 농업기술지도는 “무엇을 심을 것인가”라는 정답형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어떤 정보를 어떻게 분석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인가”라는 사고형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다시 말해 농업의 기술지도는 ‘기술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설계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AI의 확산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농업 데이터의 소유권과 활용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지금까지 기상·토양·병충해·재배 기술과 같은 데이터는 공공기관과 농업인의 경험 속에 축적된 공유 자산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이를 수집·학습해 유료 서비스화하기 시작하면, 농업 현장에서는 역설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농민이 스스로 축적한 데이터와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AI 서비스임에도, 정작 농민은 그 서비스를 돈을 내고 다시 구매해야 하는 구조가 생겨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한 만큼 농업인의 권리는 약화되고, 지역의 지식은 기업의 자산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전남 농업이 AI 시대의 소비자가 아니라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농업인 AI 활용 역량 교육을 의무화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둘째, 지역 농업 데이터를 민간이 아닌 공공 플랫폼 기반으로 구축해 ‘전남형 농업 데이터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농업기술센터와 농업마이스터대학 등 농업 교육기관은 기존의 기술 전달형 교육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문제 해결·활용 설계 중심으로 교육과 지도를 전환해야 한다.

농업은 더 이상 노동과 경험만으로 운영되는 산업이 아니다. 이상 기후, 인구 감소, 노동력 부족, 유통 구조 변화 속에서 AI는 농업의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기술을 누가 설계하고, 누가 통제하며, 누가 활용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AI를 도입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AI를 통해 농업인의 자립을 높이고 지역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전남 농업이 AI 시대의 중심이 될지 변두리가 될지는 지금 선택되는 교육·정책·데이터 구조에 달려 있다. 기술 보급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주권이며,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활용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전남 농업이 AI를 ‘받아들이는 지역’이 아니라 ‘활용을 선도하는 지역’이 될 수 있는 결정적 시점이 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AI 시대, 2025 국제농업박람회의 방향.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7.10.).

허북구. 2025. 로봇 농기계, 농업을 구할 수 있을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4.11.).

허북구. 2024. 전남 농업 DX.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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