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월드가 지식재산권(IP) 사업 강화에 나섰다. 놀이공원 안에만 갇혀 있던 자체 캐릭터들은 공격적으로 키우고, 글로벌 테마파크에 비해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던 테마파크 시설은 외부 IP를 활용해 다양화한다는 복안이다. MZ 타깃 자체 캐릭터부터 해외 키즈 사업의 플랫폼을 자처하는 롯데월드가 IP를 발판삼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외부 IP 적극 도입, 내후년 메이플 전용존 구축
업력 36년의 롯데월드가 콘텐츠 영역을 강화하며 경쟁력 확대를 모색한다. 최근 롯데월드는 국내외 IP 기업과 굵직한 협업을 진행하며 놀이공원 모객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 전략으로는 매 시즌 외부 IP와의 컬래버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현재 파크 내부는 포켓몬 IP를 적용한 ‘포켓몬 월드’ 콘셉트로 구현됐다. 그동안은 협업이 봄·여름·가을·겨울 각 계절별 짧은 축제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8개월 세 계절에 걸쳐 진행된다. 지난해 롯데월드는 3월 네이버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7월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9월 ‘스누피’ 세계관 등을 파크 내부에 접목한 바 있다.
테마파크 산업에서 IP는 단순한 마케팅 요소가 아닌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놀이공원 속 IP를 다양화하는 작업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 디즈니랜드 등 글로벌 테마파크 역시 고유 애니메이션 IP 외에도 기업 인수를 통해 확보한 새 IP들을 파크 시설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롯데월드가 협업에 활발히 나서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인기 많은 타 IP와의 컬래버레이션은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테마가 비교적 단순한 수준에 그쳤던 기존의 롯데월드는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매력 포인트 강화가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트랙션(놀이기구)과 식당, 상점, 공연 등의 유기적인 연결이 떨어져 몰입감의 한계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최근 새 테마존 오픈도 예고됐다. 노후한 시설을 교체하고 장기적인 흐름에서 신선한 변화를 주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월드와 넥슨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중 잠실 롯데월드 야외 부지인 매직아일랜드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대규모 테마존 ‘메이플 아일랜드’가 개장한다. 롯데월드가 외부 IP와 협업으로 대규모 테마존을 구성하는 첫 사례로, 국내 테마파크에 게임 IP 전용 테마존이 구축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규모도 상당하다. 약 1983㎡(약 600평) 규모의 테마존에는 3개 세계관을 중심으로 롤러코스터 1종과 패밀리어트랙션 2종, 기프트숍과 F&B 매장이 들어선다. 앞서 실내 레이싱 어트랙션에 넥슨 ‘카드라이더’ IP를 접목한 사례가 있지만 이번 협업은 체험 영역까지 확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플랫폼’ 넘보는 롯데월드…계열사 합심해 콘텐츠 비즈니스 강화
롯데월드는 오프라인 사업과는 별도로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도 키우고 있다. 테마파크 안에서만 접했던 로티와 친구들 캐릭터를 소스로 콘텐츠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로티와 로리 등의 캐릭터들은 롯데월드 입구부터 각종 어트랙션과 기념품, 퍼레이드를 통해 자주 노출되지만 스토리나 세계관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매력도가 낮은 편이었다.

롯데월드는 오랜 마스코트 캐릭터를 자사의 가용 자원으로 보고 세계관 확장을 통해 자체 IP 개발과 유통에 속도를 낸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건 영유아 놀이교육 콘텐츠 ‘로티프렌즈’와 MZ 타깃의 B급 숏폼 콘텐츠 ‘모리스 보리스’다.
2021년 7월 유튜브 채널에 오픈한 로티프렌즈는 최근 키즈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채널은 어린 너구리 로티 캐릭터를 활용해 색깔·언어 공부나 생활습관 학습을 위한 동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지난해 2월 영문 채널이 그룹사 최초로 구독자 100만 명을 기록했다. 현재 영문과 국문 채널이 각각 181만 명, 7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다. 2011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교육용 콘텐츠 ‘콩순이’의 경우 구독자 영문 151만, 국문 568만 명을 확보한 상태다. 단순 비교하기에는 타깃층과 내용 등에 차이가 있지만, 10년 앞서 자리를 잡은 콩순이와 비교해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로티프렌즈는 시리즈 애니메이션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하향세로 접어든 국내 키즈 시장과 해외 반응을 고려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 동시 방영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4분기 방송과 OTT 등에서 방영될 전망이다.


또 다른 자체 IP 모리스는 인스타그램 ‘인스타툰’과 유튜브 숏폼 영상을 주요 채널로 삼았다. 모리스는 로티와 로리를 제외한 12명의 서브 캐릭터 중 하나에서 시작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모리스와 조카 아르바이트생 보리스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다시 짜고 ‘꼰대’ 사장님과 알바생 사이에서 MZ들이 공감할 만한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방송인 유병재 씨와 함께한 숏폼 영상들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B급 콘텐츠’를 표방하는 것 치고는 ‘애매하다’는 평가가 존재하고 아직까지는 두드러지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올해 인스타그램 숏폼 등 영역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월드가 IP 사업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콘텐츠 비즈니스 강화가 있다. 지난해 4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의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중장기 모델 개발에 힘써달라”며 글로벌 IP 협업 등을 포괄하는 콘텐츠 비즈니스 확대를 주문했다. 롯데홈쇼핑의 밸리곰처럼 인기 IP를 활용하면 그룹 계열사와 식품, 유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후 롯데지주 내에 꾸려진 전담 조직이 그룹 IP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롯데월드의 자체 IP 개발 전략도 지주사와 협업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기존에 쌓은 콘텐츠 제작 역량 등을 기반으로 시도해볼 영역이 많다”며 “이용자와의 다양한 접점 마련에 유리한 구조를 갖춰 친근하게 접근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실손보험 긴급진단] ②'백내장수술' 급여화 전과 후, 비용 그대로인 까닭
· 'AI 기업' 선언한 통신3사, 사외이사 구성 어떻게 바뀌나
· 칠레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한화오션·HD현대 수주 나선다
· '신규 사업목적 추가' 삼성물산 사업 확장에 업계 시선 쏠리는 까닭
· [단독] 애터미, 손현보 목사 세계로교회에 수십억 대출 및 부동산 매입 계획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