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반도체 '정책 진단'이 시급하다

2025-05-14

지난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 화성에서 반도체 웨이퍼에 '세계 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는 문구와 함께 서명을 남겼다. 지지율 1위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 운동 첫날,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엿보여 주목됐다.

약 6년 전 이맘때 문재인 전 대통령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했다. 2019년 4월 30일 개최된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 때 일이다. 당시 2030년까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세계 1위, 반도체 설계(팹리스) 시장 점유율 10% 달성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반도체 강국을 향한 정부의 의지는 지난 윤석열 정권 때도 다르진 않았다. 정권 초기부터 반도체에 대한 강한 관심을 보이며, 각종 지원 정책을 추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세계 각국의 반도체 경쟁을 '국가 총력전'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의지는 컸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선포할 당시 20%에 육박했던 삼성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난해 말 8.1%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 팹리스 점유율도 여전히 한 자릿수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HBM에서 성과를 보이지만, 이 또한 미국과 중국의 추격에 위태롭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이자 세계 1위 메모리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부터 생산 역량, 조직 문화까지 대수술에 착수했다. 경영 진단이라는 이름으로 삼성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처가 진행 중이다.

반도체 정책도 진단이 필요하다. 몇번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쏟아내지만, 마뜩한 성과는 없다. 새로운 정책이 나와도 지난 번과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도 많다. 다른 나라가 육성 정책에 시동을 거니 '우리도 해야한다'는 따라가기식 행보도 읽힌다.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됐으며 이를 해결할 풀이법이 나와야한다. 지금까지 수조에서 수십조원 규모 지원에도 우리나라 반도체 경쟁력이 약화됐다면 정책 역시 특단의 조처가 있어야 한다. 삼성 등 기업이 '경영 진단'에 나섰다면, 정부는 '정책 진단'이 시급한 상황이다. 차기 정권이 반도체 웨이퍼에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