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올해부터 시행해야 할 첫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이 국회에서 난항 중이라고 한다.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회 심의를 거쳐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기본계획(안)을 제출받아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이어 6일 열린 농해수위 심의에서 정부와 국회는 소농직불금 개편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정당국은 기본계획안에 “유럽연합(EU)처럼 소농직불금을 수령하면 선택직불금을 신청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영농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어긋나는 소농에게 많은 재정이 집중되는 문제를 막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소농직불금은 기본직불금 지급건수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회는 “우리 농촌의 근간인 소농을 지키기 위해선 소농직불제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기본계획안이 소농 보호와 농업생산성 향상 사이 딜레마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사실 우리의 농업직불제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대응한 농업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도입됐지만 내용은 소농 보호였다. 2001년 논농업직불제로 출발한 직불제는 2년 뒤 쌀소득보전직불제로 바뀌고 2005년 추곡수매제 폐지에 따른 쌀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고정직불과 변동직불로 개편되는 등 쌀 소득 보전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규모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2020년 공익직불제가 도입되면서 비로소 규모화와 산업화라는 방향성이 제시됐지만 지난해까지도 소농직불금 농가당 지급단가를 인상하는 등 소농 보호에 방점을 뒀다.
그런 만큼 농정당국은 공익직불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목표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 소농직불금이 농정 목표와 배치된다면 농촌 유지라는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농은 어떻게 할 것인지,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직불제 재원의 효율성 제고방안은 무엇인지 구체화해서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얻어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정된 재원의 황금분할을 위한 농업과 농업인에 대한 재정의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우리 농업의 기본인 소농 보호와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