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2025-01-02

주말에 외출할 일이 있어서 혼자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중간 어느 층에선가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우리 아파트에는 집안에서 미리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는 기능이 있는데, 아마 누군가 그걸 누르고 아직 나오지 않은 듯했다. 바로 내려갈까 하다가 잠시 기다렸는데 조금 뒤 부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꽤 느긋하게 걸어오는 소리에 (속이 탔지만) 잠시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안에 다른 사람이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조금 서두르는 모양새를 하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줄 알았던 내 생각과는 달리, 남자분은 원래의 걸음걸이를 유지하며 다소 무뚝뚝하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다. 뒤따라오던 (아내로 보이는) 여자분은 조금 서두르는 모양새를 했다.

나는 순간 기분이 확 상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걸 꽤 싫어하는 나는, 같은 상황에서 필요 이상으로 미안해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을 터라 상대방에게도 내심 그런 태도를 원했던 거 같다.

기분이 상한 나는 한층 먼저 내리면서 목례도 거의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퉁명스럽게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곤 엘리베이터에서 휙 나와버렸다.

차를 타러 가면서 뭔가 모를 불쾌함이 남아 있었는데, 순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방금 철저하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았나. 아차 싶었다. 나의 불쾌한 기분은 내가 계속 가지고 가야 할 몫인데….

한 걸음 떨어져 나의 기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나의 기분이나 지금의 상황을 글로 써보는 등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은 계속 필요하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땐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제자리에서 몇 걸음 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불쾌한 기분을 털어내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곤 살짝 웃어보았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그리고 그 기분 내가 정한다.

새해가 밝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해가 되면 새로 태어난 듯 뭔가 거창한 목표를 세워야 할 것만 같았는데, 올해는 훨씬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글을 쓰고 다듬을 때 최대한 본질적인 내용만 남기고 간추리듯, 목표도 정말 가깝고 본질적인 것부터 적어 나갔다.

한 살 더 먹는 것이 싫지 않다. 거저 먹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는 나이만큼 인생에 대한 지혜도 쌓여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고 가는 인연들….

칼럼을 쓰면서도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일상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면 훨씬 한정적인 주제에 대해 말했겠지만,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가 담긴 글을 통해 인연을 맺다 보니 그 글을 읽고 주시는 메시지도 인생에 대해 훨씬 함축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항상 내 글을 잘 읽었다며, 내 글이 울림을 줬다고 말씀하셨지만 받은 메시지를 통해 오히려 내가 힘이 나고 나도 그분처럼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연은 이렇게도 닿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글을 읽는 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자주 행복하시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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