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미중 갈등 '바이오 소부장' 공급망 불안…국산화 지원 절실

2025-04-20

바이오·제약 산업 원재료 공급망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환율로 원자재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관세 정책이 촉발한 미중 갈등까지 겹치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부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국산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양액, 배양배지, 레진, 멤브레인 등 주요 바이오 원부자재(소부장) 가격이 지난해 초 대비 5~10% 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장비는 1년 새 20%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이마저도 수급 불안으로 우리 바이오 기업들은 인도 등 다른 국가에서 물량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 소부장은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필수인 바이오리액터 등 장비부터 배약액, 레진, 일회용 배약백, 세포배양배지 등 소재와 원료를 포함한다. 미국이 전체 시장 제품의 3분의 1 가량을 공급하는 가운데 중국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회용 원부자재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등으로부터 전체 수요의 약 95%를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오르는 원부자재 가격이다. 가장 큰 원인은 고환율이다. 지난해 4월 9일 1354.9원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9일 1484.1원으로 급등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바이오 기업 입장에선 구매 부담이 큰 폭으로 늘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국과의 갈등이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동시에 공급망 불안까지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핵심 산업의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조만간 의약품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을 시작으로 추후 핵심 바이오 소부장에 대해서도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바이오 원부자재 공급 기업 관계자는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머크 등 미국 내 바이오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이 최근 악화되면서 트럼프 정부도 이들을 지원할 통상 정책을 고심하는 것 같다”면서 “바이오 소부장은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옮길 정도의 투자가치는 없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의약품이나 다른 항목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원료 의약품 공급망 역시 불안하다. 중국은 2020년 기준 세계 원료 의약품 공급의 17%를 차지하는 1위 국가다. 미중 무역갈등 골이 깊어지면서 중국이 원료 의약품 공급을 조절하거나 미국 공급을 제한할 경우 가격이 크게 뛸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은 중국 원료 의약품 수입 1위 국이다. 우리나라도 원료 의약품 자급률이 지난해 기준 25.4%에 불과한데,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다.

이 같은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바이오 기업은 미국, 중국 외에 인도와 같은 제3의 공급망 확보에 나서는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이오 소부장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생산설비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실증사업을 꼽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정부의 R&D지원과 기업 자체 노력에 힘입어 일부 원부자재 국산화가 됐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품질을 검증하고 실제 적용하는 것”이라며 “대형 바이오기업들이 국산 제품을 쓰려면 1억~3억원을 투입해 생산공정을 바꿔야 하는데, 정부가 이 비용을 일부 지원하거나 세제 해택을 제공해 국산 제품 확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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