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골키퍼들은 이제 더 이상 모자를 쓰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이 내놓았다. 디애슬레틱은 최근 모자, 헬멧 등을 쓴 과거 골키퍼들의 사연 등을 소개했다.
토트넘 골키퍼 구글리엘모 비카리오는 지난달 19일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낮 햇살을 피하려고 야구 모자를 착용했다. 과거 골키퍼 장비로 통용된 모자가 오랜만에 경기장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디애슬레틱은 “과거에 골키퍼는 모자를 쓰거나 조깅 팬츠를 입는 등 패션보다 편안함을 우선시했다”며 “2000년대 초 독일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한 올리버 칸이 모자를 쓴 뒤로 요즘에는 모자를 쓰는 수문장을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잉글랜드 대표팀 딘 헨더슨과 조던 픽포드가 소속팀에서 모자를 착용한 적이 있는데 소수에 불과하다.
2024~2025시즌 국제축구평의회(IFAB) 규정에 따르면, 골키퍼는 모자를 착용할 수 있다. 스포츠 안경과 트레이닝 바지도 허용된다. 모자에 대한 제한적인 규정도 없다. 규정이 변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왜 골키퍼들은 모자를 쓰지 않는 것일까.
전 리버풀 골키퍼 크리스 커클랜드는 1990년대 후반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모자를 착용했다. 커클랜드는 “햇볕에 쉽게 타는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모자를 썼는데 익숙해지면서 시야도 좋아졌다”며 “모자가 다른 요소들을 차단해주기 때문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자는 태양을 차단하는 데 유용하다”며 “요즘 골키퍼들이 모자를 쓰지 않는 게 놀랍다”고 덧붙였다.
전 왓포드와 브렌트포드 골키퍼인 리처드 리는 경기 도중 모자를 쓴 적이 없지만 모자의 유용성은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모자를 쓰는 것은 태양을 눈에서 가려주는 데 좋지만, 크로스가 들어오거나 공이 위로 날아올 때 햇빛이 갑자기 눈에 들어올 때는 오히려 집중력을 더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 또는 개인 스타일이 모자를 쓰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다. 리처드 리는 “요즘 골키퍼들은 자신만의 브랜드와 외모가 중요하게 여긴다”며 “유명 선수들이 모자를 쓰지 않으니 어린 골키퍼들도 안쓴다”고 전했다.
전 에버턴과 잉글랜드 대표 골키퍼였던 레이첼 브라운-피니스는 모자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았다. 브라운-피니스는 “선글라스처럼 생긴 주황색 소프트 콘택트 렌즈를 썼다”며 “무척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브라운-피니스는 “햇빛 때문에 낮 경기에서는 동전 던지기에서 선공을 잡은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선공을 잡으면 햇빛을 등에 지는 골문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챔피언십리그 더비 카운티 소속 골키퍼 야콥 비델 제터스트룀은 헤드기어를 착용하는 몇몇 안 되는 골키퍼 중 한 명이다. 스웨덴 국가대표팀에서 그가 착용하는 것은 럭비 스타일 보호용 헬멧이다. 첼시 전 골키퍼 페트르 체흐는 2007년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로 머리 빼가 골절된 뒤 보호용 헬멧을 쓰고 복귀했다. 헬멧이 주는 심리적, 신체적 안정감은 행동반경과 플레이 강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축구 분석가 매트 피즈드로프스키는 “골키퍼는 매우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 자주 처한다”며 “골키퍼 안전을 생각하면, 보호 장비는 지금보다 더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