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동준(33)씨는 최근 2년 새 해외 패키지여행을 다섯 차례 다녀왔다. 수십명이 대형버스를 타고 다니는 패키지 단체여행은 부모님 세대의 전유물인 줄 알았으나 인도 여행을 다녀온 뒤 생각이 바뀌었다. 이른바 ‘MZ형 패키지여행’에 반해 몽골과 호주도 다녀왔다. 김씨는 “인도나 몽골처럼 혼자 여행을 준비하기 어려운 지역이 특히 좋았다”며 “비슷한 나이의 다양한 직업군을 만난 것도 유익했다”고 말했다.
또래와 어울리며 취향 공유
패키지여행이 달라졌다. 빡빡한 강행군 일정, 선택 관광과 쇼핑 강요 그리고 은근히 신경 쓰이는 다른 여행자들. 이런 불편을 겪지 않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젊은 여행자끼리 편하게 다니는 패키지여행이 뜨고 있다. 여행사 하나투어가 만든 ‘밍글링투어’ 이야기다.

밍글링투어는 2024년 초 첫선을 보였다. 필리핀 보홀로 떠나는 프리다이빙 여행이었다. 참가자 연령을 20~30대로 제한한 까닭에 1986년생부터 2005년생까지만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자유롭게 어울림’을 뜻하는 밍글링(Mingling) 시간도 가졌다. 이 상품은 출시 7시간 만에 완판됐고, 2회차 상품도 순식간에 예약이 마감됐다. 참가자 약 40명이 프리다이빙 전문 강사의 지도에 따라 자격증을 땄고, 보홀 바다에서 고래상어도 만났다.
이후 트레킹, 식도락, 오지 탐방 등 다양한 체험을 내세운 상품도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밍글링 투어 라이트(Light)’가 등장했다. 특정한 체험을 내세우지 않고 전문가도 동행하지 않아서 부담이 적은 여행 상품이다. 여행지도 유럽·일본·대만 등 대중적인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연령을 제한하고, 참가자끼리 어울리는 밍글링 시간을 갖는 건 똑같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참가자의 약 80%가 1인 여행자라는 점이 기존 패키지여행과 다르다”며 “올해 10월까지 밍글링투어의 이용객 수가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일정 짜고 여행상품 콕 집어주는 AI

이런 여행상품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하나투어 홈페이지나 앱을 이용하면 된다. 하나투어는 올 3월 여행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 ‘하이(H-AI)’를 선보였다. 이용법은 한국인 2000만명 이상이 쓰는 챗GPT와 다르지 않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채팅 창에 말을 걸면 된다. 밍글링 투어뿐 아니라 관심사·예산·날짜 등을 고려해 딱 맞는 여행상품을 추천해준다. 이게 다가 아니다. 개별여행 일정도 짜주고, 항공권·호텔·입장권 예약도 도와준다. 홈페이지에서 상품을 예약한 뒤에는 일정 변경, 환불 등을 관리하는 것도 손쉽다.
하나투어는 지난 10월 기획상품(항공·호텔 예약 제외) 매출이 273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밍글링투어를 비롯한 새로운 여행상품의 인기,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가 결정적이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내년에는 ‘내맘대로 항공+호텔’과 ‘현지투어 플러스’ 같은 맞춤형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