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5주년'을 맞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또 한 번 리더십을 증명했다. 지난 5년간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판매 3강으로 성장시킨 그는 브랜드 가치 성장뿐 아니라 유연한 조직문화 장착까지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미국 언론의 평가는 정 회장의 유연한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현대차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뽑은 '2025 세계 최고 기업' 평가에서 30위권에 안착했다. 상위 100대 기업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특히 현대차는 이번 평가에서 종합 점수 91.36점으로 33위에 오르면서, 최대 경쟁사이자 글로벌 완성차 1위인 일본 토요타(48위·90.24점)를 꺾는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192위에서 1년 만에 159계단 상승한 결과다.
이번 순위 급등은 임직원 만족도, 기업성장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3개 지표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높은 임직원 만족도와 낮은 자발적 이직률이 핵심 이유로 꼽힌다.
2020년 10월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회장이 지난 5년간 유연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앞장선 결과물이다.
현대차는 한때 '군대 문화의 대명사'로 불렸을 정도로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뚜렷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수많은 관행을 타파하며 젊고 세련된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 회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완전히 다른 회사로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수석부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나선 첫 해인 3월, 복장 자율화를 도입해 '넥타이 부대'를 없앴다. 이는 단순히 양복 정장에서 청바지 티셔츠로의 복장 변화를 넘어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기업 문화 혁명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같은 해 경영진과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만나 격의 없이 대화하는 타운홀미팅을 도입하고 그해 10월엔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차 판매량이 아니라 가장 진보적인 기업문화로 1등 하는 회사, 사람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올해 유럽에서 가진 타운홀미팅에서도 "임직원 여러분들이 만들어 가는 조직문화는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유연하면서도 역동적인 조직 문화를 강조했다.
그 결과 현대차 국내 임직원의 자발적 이직률은 0.39%로, 5% 수준인 국내 제조업체 평균에 비해 크게 낮았다. 매년 시행하는 임직원 업무 만족도 조사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79.4점을 기록, 역대 조사 결과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냈다.
현대차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가 깨진 시점도 이때다. 정 회장은 2019년 10월, 10대 그룹 중 최초로 정기공채를 폐지하는 결단을 내렸다.
과거 순혈주의와 독자 개발에 집중한 정몽구 명예회장과 달리 정 회장은 필요한 인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영입해 오고 있다. 과거 기아 브랜드 정체성을 위해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순혈주의가 깨지자 경쟁사 출신은 물론 외국인 임원이 주요 보직을 맡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인 호세 무뇨스 사장의 등장과 적극적인 글로벌 인재 등용으로 구축한 '푸른 눈의 정의선 사단'은 달라진 현대차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순혈주의에서 성과주의로 탈바꿈한 현대차는 '변화·혁신→유연한 조직 문화→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정 회장 취임 5년 만에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판매 톱3에 안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총 723만여 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2022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과의 3강 체제를 굳게 지키고 있다.
특히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모델을 앞세워 매년 친환경차 판매 기록을 경신해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파워트레인별 친환경차 판매량이 일제히 최상위권에 포함된 업체는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또 다른 평가 항목인 ESG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한국, 미국, 인도 등에서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2045년 탄소중립 달성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아울러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사외이사회 신설 ▲주주 추천 사외이사 제도 운영 ▲사외이사 위원장 임명 등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뢰도 높은 외부 기관으로부터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투자자 신뢰를 강화하고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확산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