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짐 프리 부국장 오는 22일 은퇴”
미 주도 아르테미스 계획 이끌던 핵심 인물
‘화성 착륙 주장’ 머스크 영향력 작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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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한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이끌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부국장이 전격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달보다는 화성 개척에 힘을 쏟을 것을 주장하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NASA는 19일(현지시간) “짐 프리 부국장이 오는 22일 퇴직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프리 부국장은 1990년 NASA에 엔지니어로 들어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각종 우주선을 개발·관리하는 주요 보직을 거친 뒤 지난해 1월 NASA 2인자 자리에 앉았다.
프리 부국장의 퇴직은 정부 교체기의 의례적인 고위직 인사를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가 미국 주도의 다국적 달 착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0년 10월 미국과 영국, 일본 등 8개국이 서명하면서 시작된 ‘아르테미스 약정’은 현재 한국을 포함해 가입국 규모가 53개국까지 늘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20여개국이 그가 부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1년 사이 집중적으로 서명했다. 아르테미스 약정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틀이다.
부국장에 발탁되기 전까지는 자신이 직접 아르테미스 계획의 기술 분야 책임자로 일했다. 2022년 11월16일, 사람을 달에 보내는 용도로 제작된 우주선인 아르테미스 1호가 그의 지휘 하에 제작·발사됐다. 2026년 발사될 아르테미스 3호는 인간을 태운 뒤 달 표면에 안착시킬 계획이다. 현재 달은 NASA에서 가장 중요한 탐사 목표인 것이다.
이 때문에 프리 부국장의 퇴직은 달 착륙에 집중하던 미국 우주개발 방향이 바뀌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NASA 관계자를 인용해 NASA 내에서 아르테미스 계획을 주도하는 기관인 마셜우주센터의 핵심 관계자 3명도 지난 18일 은퇴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할 인적 동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뜻이다.
미국 우주개발 방향의 전환 가능성은 예고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연설에서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낼 것”이라며 “별을 향해 우리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연설에서 달은 언급되지 않았다.
화성 유인 비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두터운 친분을 구축한 머스크 CEO가 지난 수년새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우주개발 방향이다. 머스크 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대형 로켓 ‘스타십’도 화성으로 물자와 사람을 수송하는 것이 주임무다.
머스크 CEO가 자신이 이끄는 정부효율부를 중심으로 NASA 우주개발 방향에 어떤 식으로든 손을 댈 가능성이 큰 가운데 변화의 시점과 폭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