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좋은 식품, 장내미생물은 안다

2025-03-08

우리가 매일매일 섭취하는 식품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 될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대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바른 식품을 선택해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동일한 식품에 대한 인체 반응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같은 빵을 먹어도 사람에 따라 혈당이 빠르게 높아지거나 천천히 높아질 수 있다. 이는 모든 사람의 건강에 이로운 단일 식단을 정의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식품 혹은 식단을 섭취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인가. 최근에는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 생활 습관 및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개인 맞춤 정밀식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정밀식이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이 장내미생물의 역할이다.

인간의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음식의 소화, 대사, 면역 조절, 비타민 합성 등 건강에 관련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아프리카와 유럽 사람을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에서 장내미생물의 구성은 식습관, 생활 환경 및 유전형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고, 각 개인은 고유의 장내미생물 구성을 갖게 된다는 점이 발견됐다. 10여년 전부터 장내미생물과 식이 반응성의 연관성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개인의 장내미생물 구성 차이가 식품에 대한 생체 반응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개인의 장내미생물 구성을 고려한 개인별 건강식품 또는 식단을 제시하는 ‘장내미생물 기반 정밀식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타났다. 2015년 이스라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가 이 분야에서 선도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800명의 혈액 지표, 식습관, 신체 계측, 신체 활동 정보에 장내미생물 정보를 통합해 식후 혈당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와 유사하게 2020년 영국과 미국의 공동 연구팀은 1002명의 식후 대사 반응 데이터와 장내미생물 데이터를 수집해 개인의 식후 혈당 및 혈중 지질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앞선 두 가지 연구는 학문적 발견에 그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개인 맞춤 정밀식이 가이드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각각 상용화됐다.

장내미생물 및 유전체 등 인체 건강 상태에 대한 다각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학문 분야인 ‘오믹스’를 통한 분석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이와 연관된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도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어 개인 맞춤 정밀식이 기술 개발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100만명의 보건의료 데이터 수집을 목표로 하는 정밀 의료 프로젝트인 ‘올 오브 어스 리서치 프로그램’(All of Us Research Program)의 하위 프로젝트인 ‘NPH’를 개시했다. NPH에서는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식이 조사, 혼합식 부하검사, 장내미생물을 포함하는 오믹스 데이터 분석을 수행해 미국의 다양한 인구 집단에 적용 가능한 정밀식이 기술 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내미생물은 어떤 지역에 사는 사람인가와 어떤 음식을 먹는가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는 한국인 역시 고유의 장내미생물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한국인을 위한 장내미생물 기반 정밀식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섭취하는 식품에 대한 개인의 생체 반응성을 평가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내미생물은 생애 주기에 따라 그 특성이 달라지므로 성인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 및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필요하다.

장내미생물 기반 정밀식이는 개인의 건강을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망한 방법이다. 앞으로, 오늘 뭘 먹을지 고민이 된다면 당신의 장내미생물에게 물어보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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