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지 않고도 맛을 느낄 수 있다면?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 미각을 조종해 식단 조절을 돕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머지않아 초콜릿 맛이 나는 브로콜리를, 스테이크 맛이 나는 두부를 먹게 될 날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일본의 식품회사 기린 홀딩스가 지난해 5월 출시한 ‘일렉솔트 스푼’은 전기 미각 기술을 활용한 일명 ‘짠맛 나는 숟가락’이다. 이 숟가락으로 음식을 먹으면 원래 음식 맛보다 짠맛을 1.5배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 숟가락에 얹은 음식이나 입안에 분산된 나트륨 이온을 혀 주변으로 끌어당겨 짠맛을 증폭시키는 게 이 숟가락의 원리. 싱거운 음식을 먹어도 음식에서 짠맛이 난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염분 섭취를 줄이면서도 일반 음식과 비슷한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평소 대비 소금양을 30% 줄여도 짠맛은 그대로 느낄 수 있다니 건강을 위해 싱겁게 먹고 싶은데 짠맛은 포기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탐나는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극히 미약한 전류를 이용해 감각만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혹시나 혀가 따끔거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음식을 싱겁게 먹어야 하는 고혈압, 심혈관, 신장 질환자 등 저염식 식이요법 환자들을 위해 개발돼 음식 본연의 성분이나 인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출시 당시 가격은 1만9800엔(약 19만원). 현재 첫 한정 판매는 종료됐지만 저염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판매 확대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기린은 5년 이내에 전 세계적으로 100만개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렉솔트처럼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건강식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도 있다. 런던대학교 아드리안 처크 교수팀이 개발한 ‘테이스트 버디’는 우리가 느끼는 맛에 대한 감각을 조종해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도록 유도한다.

혀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가해 뇌가 느끼는 음식의 맛을 바꾸거나 강화하는 원리로, 소금이나 설탕 없이도 감칠맛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어서 칼로리나 염분 걱정 없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저염·저당 식단을 쉽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어린이들이 채소를 더 맛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용도로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향후 채소에서 초콜릿 맛이, 두부에서 스테이크 맛이 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아예 먹지 않고 맛을 느낄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일본 메이지대 연구팀이 개발한 ‘노리마키 신시사이저’라는 장치다. 썰지 않은 김밥처럼 생긴 이 장치를 혀에 갖다 대면 과자부터 수프까지 다양한 음식 맛을 느낄 수 있다. 전기신호를 통해 뇌가 맛을 느끼도록 하는 일종의 ‘가상 맛보기’인 셈이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을 내는 5가지 겔 형태 물질을 이용해 여러 가지 맛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어쩌면 미식가들은 반기지 않을 수 있도 있는 감각 조종 기술들은 건강한 맞춤형 식단, 음식물 쓰레기 절감, 지속 가능한 식품산업 구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미래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