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2024-10-17

202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턴은 딥러닝 기술로 유명한 인공지능(AI) 대부다. 노벨화학상도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한 구글의 AI 권위자 데미스 허사비스가 받았다. AI가 한강을 넘을까? 방대한 양의 정보를 가지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AI도 한강을 넘지는 못할 것 같다. 한강(사진 오른쪽)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아 한국 문학사의 새 역사를 썼다. 노벨상의 위력으로 한강의 책 판매는 엿새 만에 100만 부를 돌파했다. 주문 폭주로 불황에 허덕인 온라인 서점의 서버가 다운되고 상장된 서점이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강이 유명세를 치르기 전 그녀의 작품 『채식주의자』와 ‘아기부처’가 영화화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한강을 유명인으로 만든 이는 한글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외국 번역가였다. 영국 출신 데보라 스미스(왼쪽)는 언어 장벽을 허물고 세계 독자를 한강 작품으로 초대했다. 그녀는 채식주의자가 인간의 어둡고 폭력적인 면을 완벽히 절제된 문체로 표현했다고 칭송했다. 그저 그런 작품으로 한국에서 묻힐 것을 이방인이 살렸다. 한강이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게 한 일등 공신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흰』도 그녀가 영어로 번역했다.

K팝, 드라마, 영화, 푸드에 이어 K문학이 세계로 뻗어갈 단초가 열렸다. 작년 기준 우리의 서비스 수출 규모는 18위다. 한강의 콘텐트처럼 높은 잠재 가능성을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주요 교역국의 경기 둔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갈등 등의 외부요인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안의 숨은 가능성으로 결집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폭력성에 맞서는 강경한 비폭력의 힘은 『채식주의자』의 주제어다. 살벌하게 경쟁적인 세계 경제에 맞서 소프트한 강한 힘으로 산업 한류를 이뤄야 한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힘차게 그려본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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