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MZ세대를 거부합니다

2025-02-13

오늘(14일) 진행하는 전북대학교 입학식 취재를 준비하다 보니, 체감하지 못했던 ‘2025년’이라는 존재가 드디어 피부에 와닿는다. 대학생이 된 이후부터는 신년이 다가옴을 1월도, 학기가 시작하는 3월도 아닌 2월에 느낀다. 매년 2월 중순이 되면 입학식을 비롯한 신입생 환영 행사들이 연이어 시작하기 때문이다. 신입생들 역시, 1월은 드디어 성인이 됐다는 오묘한 감정으로 보내고, 굵직한 교내 행사가 진행되는 2월이 돼서야 진정으로 성인이 됐다는 것을 체감할 것이다.

어느새 익숙해진 이 공간에 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다 보니, 문득 ‘나’라는 존재를 돌아보게 된다. 어쩌다 보니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학생’이라는 역할과, 책임을 중시하는 ‘기자’라는 역할을 입학과 동시에 얻게 되면서 생성된 이중적인 자아에 대해서다. 그렇기에 최근 나이에 맞지 않게 떠오르는 생각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예를 들면 “조직 생활하려면 본인을 조금 굽히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거 아닌가?”, “요즘 애들은 고생하는 걸 너무 싫어하네” 따위의 생각들이다. 물론 개인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잃으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맡은 일이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응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면서 학보사에서 일하다 보니 여기저기 돌아다닐 기회가 많았다. 이런 조건 덕분에 나이에 비해 다양한 인간상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시하는 사람,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 못 했으면서 일단 큰소리부터 치는 사람, 거만한 사람 등 주변을 살피기보다 본인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적잖게 만났다. 하지만 그중 가장 불편하고 불쾌한 인간들은 무언가를 실행하려고 노력조차 안 하는 부류와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부류였다. 흔히 미디어에서 표현하는 MZ세대의 모습이자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표현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역시 MZ세대 특징’이라며 지적한다. 즉 일부로 인해 전체가 평가받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에서나 볼 법한 MZ세대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생각의 전환이 시작됐다. 일상 속 예시를 들면 친분이 있는 누군가가 무거운 짐을 들며 끙끙대더라도 빤히 쳐다보고 있다거나, 조금만 일이 어렵고 힘들면 더 해보지도 않고 쉽게 포기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예의를 강조하고, 근성을 중시하는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특이하게 부모님의 말씀이라면 잘 듣지 않던 자녀들이 “거짓말하면 안 돼”라는 부모님의 말씀만은 너무 잘 듣는 거 같다. 이에 따라 ‘선의의 거짓’이라는 말 역시 사라지는 거 같다. 돕기 싫으면 안 돕고, 하기 싫으면 “그래도 해볼게요”라는 말 대신 “안 할래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때론 자신의 본성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려면 본성처럼 보이려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랑 안 맞는 거 같아도 한 번쯤은 가면을 쓸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사회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 어떠한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이다. 본인 개성을 먼저 강조하기 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건 어떠한가?

이예령 전북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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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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