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백악관 핵심 참모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향해 워싱턴 D.C. 본부 건물 리모델링 예산이 과도하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거급 압박하는 가운데 대통령 최측근까지 가세해 연준 수장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1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파월 의장에 공개서한을 보내 “리모델링 예산이 당초보다 당초 예상보다 7억 달러가 초과했다”며 “파월 의장은 연준을 심각하게 잘못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귀하의 연준 운영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연준의 재정 건전성을 바로잡기는커녕 워싱턴 D.C. 본부를 과시적 수준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지거했다.
연준은 지난 2021년부터 워싱턴에 위치한 연준 2개 건물을 개보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총 예산은 2023년 19억 달러에서 올해 25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연준은 “기계·전기·배관 등의 경쟁 입찰가 상승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트 국장은 특히 공사 설계가 지나치게 호화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옥상 정원, VIP 전용 식당, 전용 엘리베이터, 분수, 고급 대리석 등이 포함돼 있었다”며 “다른 연방 정부 건물들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총예산 25억 달러는 “현 시세 기준으로 베르사유 궁전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비유했다.
이 같은 비판은 파월 의장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한층 더 노골화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월 의장을 향해 ‘고집불통(stubborn)’ ‘멍청이(numbskull)’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신의 요구와 달리 연준이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하고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을 두고 차기 연준 의장을 조기에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과의 갈등에서 새로운 공격 전술을 꺼내 들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나라가 이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준은 이런 경제의 강세를 반영해 신속히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