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입단 후 두 차례 부상 이겨내고 수석 승급
지난해 ‘인어공주’ ‘라바야데르’ 등 주역 활약
“드라마 발레는 어려우면서 성취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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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발레리나 조연재(30)는 자신이 국립발레단 내 최고 등급인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는 소식을 사내 공지를 먼저 본 친구에게 전해 들었다. 2018년 가장 낮은 등급인 코르드발레2로 입단한 지 7년 만, 솔리스트 승급 1년 만의 일이었다.
낌새도 없었고 예상도 못했다. 오히려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조연재는 <백조의 호수> <인어공주> <라바야데르> 등 지난해 국립발레단 대부분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수석무용수 정원은 8명이었다. 누군가 퇴단하지 않으면 승급은 없었다. 국립발레단과 강수진 단장의 선택은 간단했다. 조연재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원을 9명으로 늘린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연습동에서 조연재를 만났다. 최고 수준에 오른 많은 무용수가 그러하듯, 조연재도 발레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이었다. 발레 이외의 생활은 거의 없으며, 있다 해도 그 역시 더 좋은 발레를 위한 충전시간이다.
지난해에는 두세 달에 한 번꼴로 새 공연을 선보였다. 연습기간과 공연기간을 고려하면 휴식이 거의 없었다. 한 작품이 끝나면 “하루이틀의 휴가”가 주어진다고 했다. 이때가 발레단 바깥의 친구를 만나거나 연습실 아닌 곳으로 차를 몰고 가거나 안 먹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일반적인 직장인은 주 5일 근무를 하지만, 조연재는 주말에도 하루 혹은 이틀 모두 연습실로 향한다. 그는 “주말 이틀 온전히 쉬니까 흐름을 잃는다는 걸 느낀 뒤부터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출근해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고 연습실에 모여 연습하고 모니터링하고 집에 가서 지쳐 잠든 뒤 다음날 다시 똑같은 일정을 반복한다. 조연재는 “일주일이 후루룩 지나간다”고 말했다.
수도사처럼 반복되는 삶에 문득 지친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을까. 조연재는 ‘없다’고 했다. 오히려 한 작품에 온전히 빠져 있다가 새 작품을 하는 것이 ‘리프레시’가 된다고 했다. 다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는데 생각했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때 자신에게 실망한다”고 말했다. 관객의 환호는 컸지만, 스스로 춤에 만족하지 못해 박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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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의 시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부상이 가장 컸다. 입단한 2018년과 2022년 각각 발목을 다쳐 몇달을 쉬었다.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연습하는 그에겐 힘든 시간이었다. “자신에게 화가 났죠.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발목이 약하다고 생각해 보강운동을 많이 하며 신경을 썼는데 또 다치니까…. 무엇보다 이번 부상도 부상이지만 앞으로 안 다친다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하니 더 힘들었어요. 저 때문에 캐스팅이 바뀌니 다른 무용수들께 미안한 마음도 컸고요.”
발레는 엄격한 예술이다. 무용수의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마음이 동작에 개입할 여지가 적다. 세밀하게 지시된 어려운 동작을 전혀 어렵지 않은 것처럼 해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기계 아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동작에 녹여야 한다. 똑같은 동작을 하면서 매번 다르게 보이게 하기, 감정을 너무 많이 표현하진 않으면서 충분히 전달되게 하기. 어찌 보면 모순되는 과제에 조연재 같은 발레 무용수들은 도전한다. 조연재는 “특히 클래식 발레는 세밀한 기교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해서 어렵다”고 설명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꼭 이행하는 루틴이 있다. 아미노산을 먹고, 양치하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특정한 시간부터 스마트폰은 꺼둔다. 등장할 차례가 오기 5~10분 전엔 눈을 감고 바닥에 누워 마음을 가라앉힌다. 순서가 되면 눈부신 조명과 관객의 시선 속으로 힘차게 달려 나간다.
조연재는 드라마가 강조된 발레가 어려우면서도 성취감 있다고 했다.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연기가 너무 어색해 민망한 적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낸 뒤에는 “제가 아니라 그 사람(배역)의 삶을 산다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꼭 하고 싶은 작품이다. 조연재 입단 이후 국립발레단도 이 작품을 올리려 한 적이 있지만, 공교롭게 코로나19 확산 와중이라 취소됐다. 지난해 호평받은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 주역이 ‘현재까지의 인생 배역’이며, 올해 국립발레단 예정작인 노이마이어 대표작 <카멜리아 레이디>에도 도전하고 싶다. 이 작품은 강수진 단장의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시절 대표작이기도 하다.
요즘은 무용수들의 자기관리가 철저해 40대에 들어서도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잦다. 아직 발레리나 이후의 삶을 생각하기엔 이른 조연재는 “(기량이) 너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선 계속 춤추고 싶다”면서도 “언젠가는 집중 잘하게 해주고 포인트 잘 짚어주고 기본기를 잘 전달해주는 선생님,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되 강단 있는 선생님이 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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