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호돌이' 디자이너가 말하는 우표…세계우표전시회를 앞두고

2025-09-08

2025년 가을, 서울에서 '세계우표전시회'가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시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단순한 수집가들의 축제를 넘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소통의 본질을 되묻는 자리다. 손바닥만한 작은 종이가 국경을 넘어 이야기를 전하고, 세대를 이어온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회에 모일 세계 60여 개국의 우표는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과 정치가 응축된 기록물이다.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알리고, 때로는 BTS와 같은 한류스타를 담아 대중문화를 표현하기도 한다. 우표의 진정한 가치는 그림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정신과 국민의 정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소통의 도구'라는 점에 있다.

필자 역시 디자이너로서 국가와 사회의 메시지를 담는 일을 해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1993년 대전엑스포 '꿈돌이', 서울시 CI, 공공기관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참여하며, 단순한 도안 하나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나라를 대표한다는 무게를 체감했다. 우표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작은 이미지 하나가 그 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담고, 국민 모두가 함께 보고 느끼며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메시지'가 된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오늘에도, 우표가 여전히 발행되고 수집되며 전시되는 이유다.

이번 전시회는 우표가 지닌 소통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필라코리아 2025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희귀우표와 20여만 장의 다양한 우표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로봇이 그려주는 초상화 체험 및 AI가 추천해주는 나만의 우표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우표와 문화, 그리고 소통의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전 세계 우표의 매력과 함께, 우리 일상 속 작은 소통의 등불을 직접 만나보길 권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또 우표와 함께해 온 '우체국'이라는 공공 인프라의 사회적 역할도 새롭게 조명된다. 우체국이 시행 중인 '복지 우편'과 같은 사업은 적은 예산으로 사회적으로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이 역시 해외 참가국들 사이에서 관심받기 충분하다.

우표는 많은 이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우체국 앞에서 새로 발행된 기념우표를 손에 넣었을 때의 설렘, 해외에 있는 친구와 주고받던 편지 봉투 위에 붙어 있던 낯선 나라의 우표를 바라보며 느꼈던 호기심은 세대를 뛰어넘어 공통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우표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모아온 기록 속에는 단순한 수집의 즐거움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감정과 삶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 우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세월의 향기를 간직한 문화적 기억이자, 세대를 잇는 다리라 할 수 있다.

우표는 느리지만 따뜻하고, 작지만 오래 기억된다. 작은 등불이 어둠을 밝히듯, 우표는 일상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듯한 흔적을 남긴다. 아무리 디지털과 AI가 확장되는 시대에도, 우표가 보여주는 정서적 연결은 대체할 수 없다. 국민과 국민을 이어주는 따뜻한 통신망으로서 우표와 우체국의 역할은 오히려 지금 더 소중해지고 있다.

김현 디자이너 kimh58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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