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최민희 논란과 청탁금지법의 경계선

2025-10-27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 의원이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예식장에서 열린 딸의 결혼식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최 의원은 “결혼식은 딸이 정한 일정이며, 본인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청첩장도 돌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피감기관에서 보낸 화환이 즐비했고 일부 기관에서는 축의금까지 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특히 직무 관련자로부터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100만원의 축의금이 전달된 것으로 확인돼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이 불가피하다. 최 의원실은 “상임위 관련 기관·기업 등으로부터 들어온 축의금과 평소 친분에 비춰 관례를 넘은 금액의 축의금은 모두 반환하기로 했다”며 “명단 확인 뒤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직무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1회 100만원, 동일인으로부터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으며, 직무 관련이 있다면 100만원 이하라도 과태료 및 징계 대상이다. 다만 법은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경조사 목적’의 예외를 두어 음식물 5만원, 선물 5만원(농수축산물은 평시 15만원, 명절 전후 30만원), 경조사비 5만원(화환 10만원)까지 허용한다. 문제는 이 ‘예외 조항’에 대한 오해다. 한도만 지키면 결혼식 축의금이니 괜찮다, 화환은 관행이다라는 인식이야말로 법의 취지를 무너뜨린다. 인허가·단속·감사·계약·평가 등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으면 금액과 무관하게 금지된다. 스승의날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주는 일도, 담임교사 결혼식에 학부모가 축의금을 내는 일도 허용되지 않는 이유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율기조에서 경고했다. “선물로 보내온 것은 비록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이미 사사로운 정이 행해진 것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제1호 재판의 사례는 ‘떡 한 상자’였다. 고소인이 조사 일정을 조율해준 것에 감사한다며 담당 경찰에게 한도 내였던 4만5000원 상당의 떡을 보냈지만, 법원은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단 한 번의 예외라도 법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청렴 강사로 여러 공공기관에서 강의를 한다. 한 기관은 매년 세 차례씩 3년째 강의를 맡고 있다. 올해 첫 강의 날, 담당자가 모친상을 당했다는 말을 듣자 마음이 흔들렸다. “5만원 한도 내에서 조의를 표하는 게 예의 아닐까?” 그러나 나는 보낼 수 없었다. ‘청렴은 감정이 아니라 원칙’이기 때문이었다.

청탁금지법은 ‘받지 말라’는 금지 조항을 넘어, ‘받았을 때 즉시 거부·반환하고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라’는 절차를 명시한다. 국회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최 위원장이 피감기관의 화환이나 축의금을 인지했다면 즉시 반환하고 국회의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번에 뒤늦게 반환을 결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신고 의무까지 이행해야 ‘위반 상태’가 해소된다. 법은 받은 공직자뿐 아니라 거부·반환하더라도 제공자에게도 제재를 부과한다.

이번 논란에서 보듯이 “본인이 요구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는 해명은 공직자의 윤리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청렴은 국민이 공직자에게 부여한 신뢰의 경계선을 지키는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국회의원이 명심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피감기관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경조사비, 화환, 명절 선물도 받을 수 없다. 그것이 법이며 최소한의 도리다.

이순신 장군이 성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전술뿐 아니라 청렴에 근거한 리더십 덕분이었다. 그가 훈련원 감독관으로 있을 때 우의정이 그의 화살통을 탐내자 이렇게 답했다. “제가 이것을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이로 인해 대감과 제가 더러운 소리를 들을까 두렵습니다.” 그 한마디에 법보다 깊은 신뢰의 윤리가 담겨 있었다. 청탁금지법은 단지 금품을 막는 울타리가 아니라, 국민이 공직자를 믿게 하는 약속이다. 청렴은 정치의 품격이고, 신뢰는 그 품격이 시작되는 자리다. 공직의 무게는 특권이 아니라 국민 앞에서 지켜야 할 약속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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