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트랜스젠더(성전환) 여성은 여성’이라는 입장이었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여성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한정한 최근 영국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스타머 총리는 22일(현지시간) ITV와 인터뷰에서 “트랜스 여성은 여성인가”라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대법원이 그에 답했다. 실질적 명확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영국 대법원은 지난 16일 평등법상 ‘여성’과 '성'이라는 용어는 생물학적 여성과 성을 의미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이는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을 사법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져 성소수자와 인권단체 등의 반발을 샀다.
스타머 총리가 트랜스젠더 여성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총리실 대변인은 “아니다. 대법원 판결이 평등법을 볼 때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답했다.
이 대변인은 “총리가 트랜스 여성이 다른 누구와도 똑같은 존엄성이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BBC 방송은 “스타머 총리가 트랜스 여성을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총리실이 밝혔다”고 전했고, AFP 통신은 “스타머 총리가 기존 입장에서 유턴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스타머 총리는 제1야당 노동당 대표 시절인 2022년 3월 일간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여성은 여자인 성인이고, 덧붙여 트랜스 여성은 여성이다. 이는 단지 내 관점이 아니라 실제로 법이 그렇다”고 말했다.
2023년 4월 선데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99.9%의 여성이 생물학적 여성이고 물론 그들에겐 남성 성기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정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성평등을 담당하는 브리짓 필립슨 교육장관은 BBC 라디오4와 한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화장실과 남성 화장실 중 무엇을 사용해야 하는지 질문에 “생물학적 성을 근거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노동당 내부에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는지 질문에는 “이 사안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발언한다”며 “우리는 이 판결을 환영한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