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백팔번뇌

2024-06-26

김승종 논설실장

백팔번뇌(百八煩惱), 원불교 대사전을 보면 중생들의 한량없이 많은 번뇌라고 정의돼 있다.

중생의 번뇌가 크게 108개나 된다고 하여 ‘백팔결(百八結)’, ‘백팔결업(百八結業)’이라고도 한다.

▲번뇌는 국어사전을 보면 시달려서 괴로워함. 또는 그런 괴로움, 불교 용어로는 마음이나 몸을 괴롭히는 노여움이나 욕망 따위의 망념(妄念)이라고 풀이돼 있다.

백팔(108)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숫자일 것이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얻은 의석수가 정확히 108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192석을 넘겨주고, 고작 얻은 의석수가 108석이다 보니 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게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현주소다. 민주당이 던져 준 7개 상임위원장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처량함이 안쓰러울 정도다.

▲다음 달 23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선거에 나선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등 4명의 후보들이 저마다 잘난 체하느라 난리법석이다.

‘친윤’, ‘비윤’, ‘반윤’의 프레임 속에 ‘채상병 특검법’과 ‘핵무장’ 논리 등으로 ‘이전투구’도 한창이다.

혹자들은 민주당의 이재명 독주 체제에 빗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흥행몰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고 있으나 오판일 수도 있다.

상대 후보를 흠집 내야 내가 살 수 있다고 보고, 4명의 후보 모두 ‘너 잘난 게 뭐 있나, 내가 잘 났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상현 후보는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기도 하고, 원희룡 후보는 은연중에 ‘친윤’ 후보가 자신임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민주당 인사들도 이에 가세,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한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 특정 후보를 밀어줄 것이라는 관전평을 내놓으며 국민의힘 내부 분열을 부추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경선 룰이 당원 투표 8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로 변경됐지만 임기 3년이나 남은 윤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그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윤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4·10 총선 참패의 근본적 원인이 윤 대통령에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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