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몰리고, 어린이 열광하고…‘책 축제’에 쏠리는 관심 [책과 축제①]

2025-03-14

마니아 열광 이끄는 국내 도서전들

대중성 확대는 숙제

주말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는 입장에만 1시간이 넘게 소요되고, 굿즈와 이벤트 물품도 일찌감치 품절이 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작가들은 책을 사는 독자를 만나 사진을 찍고, 즉석 시를 선물하는가 하면 출판인들은 굿즈를 선보이며 독자들의 호응을 자아냈다. 독자들은 축제에서 이를 즐긴 후 SNS를 통해 후기를 남기고 인증샷을 게재하며 도서전을 향한 관심 확대에 기여했다.

지난해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풍경이다.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이 행사에는 전년 대비 15.4% 늘어난 15만 명의 유료 관람객이 참석했다. 전체 관람객 중 20대가 45%, 30대가 28%를 차지할 만큼 젊은 층의 호응도가 컸다. 매년 급락하는 성인 독서율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독자는 살아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총 19개국에서 452개 출판업계 관계사가 참여했다.

애초 도서전은 출판사와 서적을 판매하는 도‧소매업자가 판매촉진을 위한 자리였다. 이후 역사가 쌓이면서 출판권과 저작권 매매가 주류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업적 목적’이고, 현재는 독자와 출판인, 저자와 독자가 연결되는 의미 있는 자리이며, 국내와 해외 출판인들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확대됐다.

서울국제도서전 역시 자신들의 행사에 대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만드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 작가, 학자, 예술가, 편집자, 독자가 한자리에 모여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즐거운 마당”이라고 소개한다. 단순히 도서의 판매촉진을 위한 자리가 아닌 것이다. 이는 도서전의 규모나 역사와 상관없이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그렇다.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5만명의 어른, 아이 독자가 몰렸다. 국내에서 열린 첫 국제아동도서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첫술에 배불렀다’는 기분 좋은 반응이 이어질 만큼 의미 있는 성과였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는 부모와 함께 축제를 찾아 책을 고르는 어린이 관객부터 이수지, 백희나 작가를 만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어른 독자들까지. 다양한 관람객이 축제를 풍성하게 채웠다. 어린이를 위한 축제인 만큼 ‘키즈 아뜰리에’, ‘어린이들을 위한 북토크’ 등이 맞춤 행사가 열렸으며,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를 비롯한 여러 체험 프로그램으로 어린이 독자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는 16개국 193개 단체와 118명 국내외 작가가 참여해 158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책 또는 독서를 향한 관심보다는 SNS 등을 통해 인증하는 젊은 층의 문화가 도서전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것이 도서전의 본래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며 ‘반짝’ 관심에 그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출판계는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국내 도서전들의 ‘꾸준한’ 노력을 기반한다.

앞서 언급한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와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1947년 교육박람회의 도서전시로 시작해 1995년 국제 도서전으로 격상되는 등 성장하며 이어져 왔다. 국제도서전이 아니더라도 국내에는 많은 도서 관련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매년 독서문화진흥에 앞장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해 개최하는 문화관광체육부의 대한민국 독서대전도 2014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군포, 인천, 강릉, 전주, 제주, 부산 등 총 10개 도시에서 행사가 개최됐으며, 올해는 9월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대한민국 독서전이 열린다.

여러 출판사가 모인 파주에서도 두 개의 책 축제가 열리고 있다. 2003년에 첫발을 내디딘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와 2011년부터 시작된 파주북소리가 그 예로 파주북소리는 짧은 역사 대비 큰 규모를 자랑하며 지난해 5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했다.

이 외에도 서울와우북페스티벌, 남이섬세계책나라축제 등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책 축제가 열리고 있다. 도서관 또는 서점 등이 여는 북페스티벌 이벤트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가 적지는 않다.

다만 서울국제도서전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대표 도서전을 쉽게 꼽지 못할 만큼 책 축제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것은 숙제로 꼽히고 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전체 성인 독서율은 낮지만, 책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적극적으로 책을 즐기는 것처럼 도서전이나 책 축제 또한 마니아 중심”이라며 “일반 독자들을 아우르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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