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신인 투수 최민석(19)은 지난해 열린 신인드래프트 현장에 뒤늦게 참가한 선수였다.
서울고 출신 최민석은 2라운드 16순위로 이름이 불렸다. 그 순간 최민석은 드래프트 현장이었던 송파구 서울 롯데 호텔이 아닌 집에 있었다.
그제서야 최민석에게 연락이 갔고 다행히 집이 드래프트 현장과 차로 10분 거리여서 무사히 참여할 수 있었다. 하마터면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할 뻔했다.
지명 소식을 듣고 달려왔던 그 선수는 팀을 구하는 선발 투수가 됐다.
최민석은 28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4안타 2볼넷 2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12-3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최민석은 키움 정현우에 이어 올시즌 선발승을 올린 두번째 신인 투수가 됐다. 2017년 4월15일 당시 신인이었던 김명신이 마산 NC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낸 이후 2965일만에 나온 두산 신인의 데뷔 시즌 선발승이었다.
기존 선발진에 있던 최승용이 지난 15일 한화전에서 투구 도중 손톱 부상을 입어 이탈하자 이승엽 두산 감독은 최민석을 이 자리를 대체자로 선택했다. 1군 경험이 하나도 없는 최민석을 선택한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최민석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4경기 12이닝 2실점(1자책) 평균자책 0.75를 기록했다. 삼진도 11개나 잡았다. 하지만 갓 프로에 데뷔한 신인을 바로 1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민석은 데뷔 첫 등판인 21일 SSG전에서는 4이닝 2안타 3볼넷 3삼진 3실점 2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 감독의 선택도 틀리는 듯 했다. 하지만 최민석은 두번째 등판에서 기회를 잘 살렸다.
팀에게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올시즌 가을야구를 목표로 내걸었던 두산은 예상 밖의 부진으로 9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27일 수원 KT전에서는 상대 선발 고영표에게 타선이 꽁꽁 묶여 KBO리그 출범 이후 첫 퍼펙트게임의 희생양이 될 뻔 했다. 다음날 이 감독은 양석환, 강승호 등을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며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이 바란 변화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놓았다. 타선에서는 장단 13안타로 12득점을 뽑아냈고 최민석이 선발 투수로서 호투하며 대승을 합작했다. 두산이 두자릿수 득점을 낸 건 지난 4월27일 잠실 롯데전 이후 거의 한 달 만이다.
이 감독은 “선발투수 최민석이 당찬 투구로 5이닝을 책임졌다. 신인다운 공격적 투구로 상대 타선에 기죽지 않는 모습이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민석은 “지난 SSG전을 마치고 아쉽기는 했지만 저는 나름대로 만족을 했다. 자신있게 내 공을 던졌기 때문”이라며 “직전 등판에서는 좀 흥분했는데 이번에는 차분하게 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2경기 모두 상대 외국인 투수와 맞대결을 했다. SSG전에서는 드류 앤더슨을 마주했고 이번 KT전에서는 윌리엄 쿠에바스가 상대 투수였다. 최민석은 “상대를 의식하는 편이 아니라서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올시즌 목표는 단 하나였다. 최대한 빨리 1군에 올라오는 것이었다. 일단 1차 목표는 이뤘고, 1군에서 최대한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두산은 지난해 다승왕을 달성한 에이스 곽빈이 복귀를 앞두고 있다. 최민석은 “계속 선발 로테이션에 살아남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신인이니까 맡겨준 임무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고 동기인 김동현(KT)와 김영우(LG) 등이 먼저 1군에서 첫 선을 보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에도 묵묵히 자신의 것을 준비했다. 최민석은 “나도 열심히 해서 저렇게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래도 제구는 내가 더 공이 좋다보니까 감독님이 믿고 쓴게 아닐까 싶다”라며 은근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첫번째 경기는 물론 이날 경기도 부모님이 찾아왔다. 최민석은 “항상 보러 와주신다. (승리를 해서) 좀 더 기분이 좋다”라며 미소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