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계 각국에서 인공지능(AI) 바람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내년에 AI 분야에 10조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AI 예산이 대폭 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거나 여러 부처가 같은 사업에 뛰어든 사례가 적지 않아 자칫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과도한 투자로 ‘AI 거품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정부발 AI 거품이 일 수 있는 셈이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AI 3대 강국 지원을 위한 예산은 9조 9334억 원으로 편성됐다.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AI 지원 예산은 10조 1398억 원이었으나, 야당이 일부 사업을 문제 삼으면서 2064억 원이 감액됐다. 하지만 감액 수준은 전체 AI 지원 예산의 2.0%에 그쳤다.

특히 AI 지원 예산은 감액에도 불구하고 규모로는 올해 AI 관련 예산 3조 2576억 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부문별로는 기술 개발 부문에 3조 원 가량 배정돼 올해 예산안(1조 6608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전 분야 전면적 AI 도입 사업(AX)에는 올해(5520억 원)보다 5배 급증한 2조 6000억 원 가량이 배정됐다. AI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등 인프라·연구기반 조성에는 올해(2559억 원)보다 10배 늘어난 약 2조 5000억 원이, AI 관련 인재 양성에는 올해(6966억 원)보다 2배 증가한 1조 4000억 원 가량이 배정됐다.
이러한 AI 예산 급증에는 AI가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릴 첨단산업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4일 ‘2026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AI 시대, 미래 성장과 재정의 지속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일부 AI 예산이 삭감되기는 했지만 올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탓에 예산 낭비 가능성이 여전히 곳곳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 내년 예산안 사업 중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면제된 사업 대부분이 AI 관련 사업들이다. 국회와 각 부처에 따르면 2026년 신규 사업 중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사업은 총 20개인데 이 가운데 AI 관련 사업이 14개나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AI 기반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은 총 사업비가 1조 29억 원(2026년 예산 1196억 원)인데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고, 역시 각각 1조 원씩 투입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간·AI 협업형 거대행동모델(LAM) 개발·글로벌 실증(2026년 예산 400억 원)과 협업지능 피지컬 AI 기반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2026년 예산 400억 원)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았다. 산업통상부의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 개발은 총 사업비가 9973억 원(2026년 예산 1850억 원)이나 돼지만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대부분 AI 사업들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수요조사 없었지만, 면제 대상인 연구·개발(R&D) 사업이라는 점을 들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빠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지역 단위 전력망을 배치하는 AI 기반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은 향후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체 구성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사업 추진이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간·AI 협업형 거대행동모델(LAM) 개발·글로벌 실증은 국내와 해외 기업 간 지식재산권과 성과 분배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점이 문제로 꼽힌다.
부처들이 앞다퉈 AI 예산 사업 확보에 뛰어들면서 중복투자 우려도 제기된다. 내년에 6000여 억 원이 투입되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의 경우 10개 부처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이 사업은 1년 내 즉시 개발이 가능하고 시장에 빠르게 침투가 가능한 품목, 또는 국민 활용도가 높고 파급력이 큰 핵심 품목에 대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사업이 중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 등도 여러 산업 분야에서 사업 중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10월부터 부처들이 일제히 지원 접수에 들어가 자칫 중복 지원은 물론 부실 심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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