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식품 트렌드│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
내년 식품 산업 핵심 키워드, ‘편중화‧구획화된 시장’
■ 한국인의 일상식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을까?
■ 포화된 간편식 시장의 새로운 기회 모색
■ 뜨거운 편의점 오픈 냉장 매대... ‘편중화‧구획화’ 현상 뚜렷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관의 ‘2025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내년 식품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특정 그룹의 소비자들이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특정 식품에 몰입해 소비하며 편중화와 구획화됐다’며 핵심 키워드로 ‘편중화‧구획화’를 꼽았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나이가 많은 남성들이 주로 국물 음식을 먹고 있고, 대부분의 여성이 식사를 카페에서 해결한다. 또한 특정 계층 소비자가 편중해서 편의점에서 식사하고 있다”며 “이것은 식품회사나 유통업체가 의도한 것이 아닌 사회적 현상, 상황 속에 특정 소비자들이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정훈 교수는 2025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 발표에서 이같이 말하며 어떤 사회적 현상과 상황 때문에 특정 그룹의 소비자들이 특정 식품‧농식품에 몰입해서 소비를 하고 있고 이것은 식품회사‧유통업체가 의도한 것이 아닌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러한 편중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면 식품 기업은 매출과 수익률에 있어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지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런 현상이 어디서 일어나고 있고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일상식 메뉴 1위 ‘밥’… 국탕류, 찌개류, 라면류 순
이를 위해 최근 1년 동안 우리의 실생활이 무엇이 변했느냐를 살펴봤다. 첫 번째로 한국인이 가장 자주 먹는 일상식 메뉴를 과거 3년(2020~2023년 5월)과 최근 1년(2024년 5월까지)을 비교해 조사했다.
1위는 ‘일반 밥(공기밥, 즉석밥)’으로 개인이 최근 1년간 섭취한 횟수는 221.9회다, 2위 국탕류(133.3회), 3위 찌개류(64.0회), 4위 라면류(52.9회), 5위 김밥류(31.4회) 등이었다. 외식과 간편식 중심으로 일반 밥 섭취가 증가했는데 외식에서 최근 1년 대비 33.6% 증가했고 간편식은 2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쌀 원물 소매 구매는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식과 급식의 섭취 빈도는 늘었지만 양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즉석밥의 경우 한 번에 대량 구매하며 횟수는 줄었지만 구매 금액은 상승했다. 또한 210g 용량보다 130~150g의 저중량을 많이 구매하고 있으며 210g 용량의 즉석밥은 2016년 구매 비중이 71%를 차지했지만 2023년에는 55%까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포화된 간편식 시장… 20~30대 원 볼 형태 곰탕 인기
간편식에서는 곰탕류가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월~2024년 5월까지 4년간 가장 우리 식단에 간편식으로서 곰탕류(도가니탕, 설렁탕, 갈비탕, 곰탕, 삼계탕) 전체 섭취는 2022~2023년 대비 2023~2024년에 비해 소폭 감소했으나 간편식 섭취는 2021~ 2022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곰탕류 섭취는 여름철에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삼계탕과 백숙을 여름철에 많이 섭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곰탕류에서는 삼계탕, 곰탕, 갈비탕 순으로 높은 섭취 비중을 차지했고 갈비탕의 섭취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
문 교수는 “일상식 메뉴 2위를 차지한 국밥류에서 20~30대에서 상당한 선호를 보인다”며 “이들은 국밥류에서 밥과 국이 분리된 구조를 싫어한다. 혼자 밥을 먹을 때 보는 스마트폰에서 시선이 분리되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국물이나 반찬이 여러 개 놓여져 있으면 시선이 반찬 쪽으로 자꾸 분산되기 때문에 원 볼 푸드 형태를 굉장히 선호하고 이런 이유로 20~30대에서 돼지국밥, 순대국밥이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편의점 신선 간편식에서 ‘편중화‧구획화’ 현상 뚜렷
편의점 신선 간편식에서도 편중화‧구획화가 잘 나타나는데, 판매 제품 중에는 김밥류와 주먹밥류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의 구매 빅데이터에 따르면 구매 수량 기준 5대 신선 간편식 ‘김밥류‧주먹밥류‧도시락류‧샌드위치류‧버거류’ 제품 중 모든 편의점에서 주먹밥류와 김밥류가 구매 비중이 가장 높으며, 특히 GS25의 주먹밥류 구매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매 수량 기준 CU는 GS25 대비 주먹밥의 비중이, GS25는 CU 대비 도시락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으며 주요 소비층은 남성 30~40세대다.
문정훈 교수는 “5대 신선 간편식의 메인 고객층을 20대로 생각했다. 데이터를 보니 달랐다. 남성 40대가 메인 고객이었다”며 “30대, 50대도 무섭게 소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은 편의점 김밥을 먹지 않고 있다. 편중화된 시장에 대한 전형적인 예”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편의점 회사 마케터‧기획자들이 의도적으로 우리 편의점 김밥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 고객이 타깃이라고 마케팅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사회 상황과 원인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 주먹밥류의 경우 40대 여성의 구매가 높은데 이는 본인이 먹는 게 아니라 자녀를 위해 구매한 것으로 분석했다.
도시락류 같은 경우도 성장을 하고 있는데 남성 40~50대가 주 고객층으로 최근 50대 고객이 빠르게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는 구매 수량이 가장 낮은 60대 남성보다 낮았다.
도시락 제품에서는 2900원 이상인 고가 제품이 잘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CU ‘백종원 연탄불고기 제육덮밥’, GS25 ‘혜자로운 한끼 참치마요 김밥’이다. 2500원~2900원 미만인 중가제품은 CU ‘통참치’, 세븐일레븐 ‘더꽉찬시리즈’, 25000원 미만인 저가제품은 GS25 ‘기본김밥‧매콤어묵김밥’ 등이다.
주목할 것은 가격대와 상관없이 김혜자 도시락 시리즈가 가장 많이 구매됐으며 2023년 3월 ‘혜자로운 집밥’시리즈 출시 이후 중가제품의 구매 상승을 견인했다.
샌드위치류는 2023년 4월 이후 판매가 다소 정체됐지만 하반기 남성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60대를 제외한 남성의 구매가 증가세이며 여성은 월별로 큰 변동이 없다. 남성과 여성 모두 30~40대 구매가 높았다.
문정훈 교수는 “샌드위치류는 낮은 연령대에서 구매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남성이 주로 구매하고 있고 그것도 고연령층에서 많이 구매한다”며 “여성들은 파리바게뜨나 카페에서 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