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알래스카의 천연가스(LNG) 개발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다면 안보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을 극복할 방안 중 하나로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미 양국은 관세·조선 뿐 아니라 알래스카 LNG 개발을 위한 실무협의체도 가동할 예정이다.
안 장관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협상에서)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며 “에너지 수입이 하나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LNG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이면 트럼프 정부의 과도한 관세 폭탄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LNG 수입을 늘리고 직접 개발에 참여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점도 미국 측이 관심을 가지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들어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고 있다. 2016년 이전만 해도 미국산 LNG는 거의 도입되지 않았지만 2017년 196만t을 시작으로 점차 늘어 2024년에는 1월에서 9월 사이에만 436만t이 수입됐다. 같은 기간 전체 LNG 수입의 20.6%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는 미국산 LNG 수입을 보다 확대할 경우 중동 중심으로 구성된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도 구성될 계획이다. 안 장관은 지난주 미국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통해 △관세 △비관세 △에너지 △알래스카 개발 △조선 분야 협력을 위한 5개의 실무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특정국과 통상 실무를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양국 간 실무협의체는 국장급으로 이르면 이번 주부터 출범을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
안 장관은 이같은 소통의 장을 열었다는 것이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라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은 중국의 수출 우회로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1기 정부 당시 인식이 남아있는 것”이라며 “그 사이 한중 관계도 많이 바뀌었고 미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도 굉장히 늘었는데 이런 것을 설명해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트럼프 정부와의 통상 협상이 임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장관은 “협상을 통해 관세 조치를 면제받는다 해서 끝이 아니다. 이후 또 뭔가 새로운 조치가 나올 수 있다”며 “담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라톤처럼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