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 425가구 중 424가구 미분양
오늘부터 4006억 공매 시작... "절반 가격도 어려워"
'해링턴플레이스' 프리미엄 이미지 흠집
확산 선 그어 … "손실 아닌 정당한 공사대금 못 받은 것"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제주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지난해 완공된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아파트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제주’가 통째로 공매에 부쳐졌다. 시공을 맡은 진흥기업이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파장이 효성그룹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온비드에 따르면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제주’ 공매가 8일부터 진행된다. 이 단지는 총 425가구 규모 가운데 단 1가구만 분양됐고, 나머지 424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최고 8층, 17개 동으로 지난해 12월 준공됐지만, 아파트 수요가 극도로 위축됐던 2023년 1·2순위 청약에서 신청자가 115명에 그쳐 310가구가 미달됐다. 이후 당첨자들마저 계약을 포기하면서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은 신탁사 신한자산신탁이 결국 전 가구를 매물로 내놨다.
감정평가액은 3337억 원이지만 최저 입찰가는 이보다 높은 4006억 원으로 책정됐다. 유찰 시 차수별로 5%씩 가격이 낮아지지만, 업계에서는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도 매수자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공사인 효성그룹 계열 건설사 진흥기업은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시행사와 대주단을 상대로 355억8192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및 부당이익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진흥기업은 신탁사인 신한자산신탁이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며, 예비적으로는 다올투자증권 등 8개 대주단 역시 공사대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제주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침체와 맞물려 있다. 인구 유입 둔화, 관광 경기 부진, 고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7057가구로 1년 전보다 68.7% 늘었다. 특히 제주의 준공 후 미분양 비율은 6월 65.1%에 이어 7월에도 64.8%로 집계돼, 완공 아파트 10채 중 6채가 빈집으로 남는 심각한 상황이다.
당초 고급 주거 단지로 기획 됐던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제주도 이번 사태를 비껴가지 못했다.
효성은 ‘해링턴 플레이스’는 지난 수 년 간 고급 아파트 브랜드로 구축하기 위해 공들여왔는데, 대규모 미분양과 공사대금 소송이 겹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이 해링턴플레이스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관리해왔는데, 이미지 훼손까지는 아니더라도 브랜드 관리 부실이라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진흥기업은 “당사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2년 연속 1조 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브랜드 타격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이번 소송은 정당한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제기한 것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공사비를 장기간 받지 못해 기회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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