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차원에서 소액 송금 허용 필요…안보 고려해 한도 정해야"
"1호 법안 '구급차법' 통과도 쉽지 않아…복지부·소방청 반대 극복"
"건강보험 개혁해야…필수의료과 의료수가 올려야 기피 현상 완화"
"민감국가 지정은 민주당 '의회 독재' 탓…핵무장론 원인은 헛소리"

"탈북민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혹독하게 받았어요. 사랑하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돈을 보내는 게 불법인 건 너무 가혹합니다."
최근 '구급차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도입으로 의사 출신의 본분을 다한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이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서의 입법 활동에 나서고 있다. 탈북민 재북(在北) 가족 송금 합법화를 추진 중이다. 탈북민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북 송금은 중국 측 브로커가 정식 외환 송금을 받지 않아 국내 외국환거래법에 반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불법 대북 송금은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역대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탈북자 대북 송금을 묵인해왔다. 그러다 2023년 한때 갑작스럽게 전국 곳곳에서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됐으나 과도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지금은 관련 수사를 대부분 멈춘 상태다.
그러나 2년 전처럼 언제, 어떤 이유로 수사가 다시 시작될 지 모른다. 탈북민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때다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인 의원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탈북민에게만큼은 가족들에게 생계 유지 차원의 액수는 보낼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 의원은 지난 27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안보 상의 이유로 북한에 송금을 하지 못하게 막는 건 좋다. 그러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탈북민이 자신의 가족에게 1년에 많게는 2000만원 정도를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상의 돈은 안보를 위해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정부한테 돈이 흘러들어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인 의원은 "브로커들이 치밀하게 움직여서 웬만하면 가족들에게 잘 전달된다"고 했다. 이어 "한국·중국·북한에 있는 브로커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일부 떼가면 결국 소액만 남는다. 김정은이 핵을 만들려고 그 돈을 빼앗아가진 않을 것이다. 북한 정부에겐 소액이나 북한 사람들에게는 한 동네를 먹여살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 의원은 법안 발의를 위해 통일부와 현재 협의 중인 단계다. 통일부가 반대하는 조건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대북 제재를 하는 유엔을 설득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인 의원은 "법은 항상 원칙이 있다. 그러나 인도적 차원에서의 예외가 있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어느 법이나 마찬가지로 입법까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 의원은 자신의 1호 법안인 구급차법의 본회의 통과까지도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구급차 법은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도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운전석과 환자 침대 사이에 70㎝ 이상 공간을 의무 확보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그동안은 국내 구급차 대부분이 소형차여서 공간이 좁아 응급처치를 할 수 없었다. 응급처치를 하려면 차를 세우고 환자를 밖으로 끌어내야 했다. 인 의원은 그동안 구급차는 '누워서 가는 택시'였을 뿐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인 의원은 "제일 환영해야 할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의 반대가 제일 심했다. 거기서 큰 충격을 받았다. 공무원들이 변화를 정말 싫어하더라. 한국 구급차가 전 세계적으로 망신 수준인 만큼 이들을 사명감을 가지고 설득했다. 내가 직접 한국형 구급차를 보급했던 30년 전 법으로 만들어지지 못한 규격을 만들기 위해 30년간 중간중간 노력했다"고 했다.

인 의원은 건강보험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과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진료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필수 의료과는 보건 당국의 통제에 따라 의료비를 마음대로 책정할 수 없어 비급여 항목이 많은 진료과 대비 의료비가 꽤 적은 편이다. 인 의원은 "흉부외과·비뇨기과·산부인과·소화기과·신경외과는 수술 리스크도 크지만 버는 게 적다. 구급차 수도 적다. 레커차가 구급차보다 20배 더 많다고 한다. 세브란스 병원 중환자실은 1년에 1억5000만원 적자가 난다고 하더라. 수가를 다 손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교육 인프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인 의원은 "지방의 교육 인프라를 탄탄하게 만들면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에 거주하는 의사들도 지방에 가서 살 것이다. 지방에 있는 학교에 다니면 서울 주요 대학에 몇 명씩 입학시켜주겠다는 당근책을 주면 된다. 즉, 수도를 옮길 게 아니라 교육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면 지역 의료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1년 넘게 의정 갈등을 야기 중인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서는 "그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들이 많지만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면 의사들과 소통하면서 할 일"이라며 "강행하니까 무리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건 민주당의 '의회 독재'도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봤다. 인 의원은 "미국 에너지부는 산하 연구소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는 시도가 있어서 민감국가로 지정했다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국가를 흔들고 있어서 미국이 불안하니 한국을 예의주시할 나라라고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여당의 핵무장론이 민감국가 지정 원인이라고 하지만 한국은 플루토늄 농축도 못하는 수준이다. 플루토늄 농축을 못하면 핵무기를 못 만든다. 따라서 핵무장론이 원인이라고 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헛소리"라고 비판했다.
인 의원은 "1988년에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건 6년 만인 1994년에 해제됐다"며 "미국은 대북 정책을 빨리 안 바꾼다. 트럼프랑 일괄 타결 하는 방식으로 고속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