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얘기하면 벌금 10만원"…설연휴 '가족 싸움' 피하는 법

2025-01-26

12·3 비상계엄,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헌정사 초유의 체포·구속 등 메가톤급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설 연휴 기간 가족 간 정치 이슈로 언쟁할까 봐 우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등에선 정치 유튜브·TV 정치뉴스 틀지 않기, 자연스럽게 주제 돌리기 등 연휴 가족 갈등을 피하는 법이 공유되고 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에도 최근 “올해 설은 친척들 모이지 말자고 해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정치 관련 금지어를 설정해서 말할 때마다 벌금을 내게 하든지 해야겠다”며 “좋게 모였다가 누구 하나 정치 얘기하고 싸움 나서 가족 간 의 상하는 곳이 많을 것 같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커뮤니티엔 ‘정치 갈등 피하는 법’으로 상대 말에 반박하지 않기, 술 먹고 정치 얘기하지 않기, 탄핵 찬반 집회에 같이 가자고 하지 않기 등이 거론됐다.

직장인 박모(32)씨는 “작은아버지가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시위에도 나가고 종종 조카들에게도 참여하라고 권한다”며 “가족들 보는 건 반갑지만 어른들이 명절마다 술 마시고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스트레스다. 괜히 말을 섞기보단 대학생 조카들 챙겨서 카페 같은 데나 놀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에 정치 이야기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건 60대 이상 노인도 마찬가지다. 인천 중구에 거주하는 전모(72)는 “최근에 있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는 거의 다 참석했다”면서도 “가족들과 만나면 ‘나는 대통령 좋다’고만 이야기하고 집회 다니는 건 절대 말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 중인 현모(74)도 “손주들이 학교에서 뭐라고 배웠는지 ‘윤 대통령은 나쁜 사람’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사위들이 다 야당을 지지해서 괜히 내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남의 가족에 불화만 만드는 것 같아 손주들에게 별말 안 한다. 올해 설에도 정치 이야기는 안 하고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예 귀향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고향이 전라도 광주인 직장인 이모(38)씨는 올해 설 명절을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정치 성향이 강한 편이다. 계엄령 사태 이후 안 그래도 정치 이슈에 대한 피로도가 극심한데 가족들끼리도 언성 높일 생각하니 지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본가가 전라도 전주인 조모(43)씨도 남편을 설득해 올해 시댁 방문을 건너뛰기로 했다. 시아버지는 평소에도 정치 성향이 뚜렷해 명절마다 가족들에게 관련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평소엔 양가를 모두 방문하지만 올해는 계엄·탄핵 등 정치 이슈가 워낙 첨예해서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2030 세대 입장에서는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집안 어른들이 정치에 대한 의견을 꺼내고, 간섭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이를 피하려고 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가족 내에는 다양한 구성원이 있는 만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요즘처럼 갈등이 첨예한 시국에는 서로 민감한 이야기를 피하는 게 지혜로운 대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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