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테슬라, 스페이스X, 소셜미디어 X, 보링 컴퍼니와 뉴럴링크, 그리고 2023년에 설립한 인공지능 기업 xAI까지, 세간의 관심을 끄는 많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작년부터는 미국 정치에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당선을 도운 머스크에게 트럼프는 ‘정부효율부’라는 조직을 이끌게 했다. 비록 한시적 기구라고는 하지만, 그 많은 기업을 이끌면서 미국 연방 정부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축소하는 임무까지 해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렇게 바쁜 머스크가 작년 말, 인기 온라인 게임 디아블로4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주장한 내용을 살피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53세의 머스크가 예전부터 게임광이었고, 실제로 게임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디아블로4에서 가장 고난도라는 마지막 150단계를 2분 만에 깼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음을 지적한다. 실력이 뛰어나다면 그걸 2분 만에 깨는 건 불가능하지 않지만, 그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쏟아부어야 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데, 보통 플레이어들이 매일, 하루종일 매달려야 가능한 그 일을 그렇게 바쁜 머스크가 어떻게 해냈느냐는 것이다.
부자 중에는 그렇게 시간이 들어가는 일을 돈을 주고 맡기는 일이 없지 않기 때문에 머스크도 그렇게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그렇게 게임할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머스크의 회사들이 머스크가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는 것. 미국 법원에서는 2018년에 테슬라에서 거의 1000억 달러(142조원)에 달하는 보상을 받은 게 적절하냐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