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국에서의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보다 20% 늘어 사상 처음으로 내연차 판매량을 앞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세계 국가 중 가장 먼저 ‘전기차 전환’을 달성하는 셈이다. 유럽·미국 등이 각종 불확실성으로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전기차 시장 선두를 내달릴 가능성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2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UBS·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과 모닝스타·우드맥켄지 등 리서치그룹이 제공한 최신 자료를 종합한 결과 2025년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해 1200만 대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2022년 판매량인 590만 대의 2배가 넘는다. 지금까지의 국제 전망치와 중국의 공식 목표치도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내연 기관차 판매량은 올해보다 10% 이상 줄어든 1100만 대로 추정된다. 2022년 1480만 대에서 30%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FT는 내년 전망치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차 판매량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과 미국이 정부 보조금에 대한 불확실성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지연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2020년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투자은행 등의 전망이 맞는다면 중국 정부의 공식 목표를 10년 앞당기는 셈이다. 우드맥킨지의 아시아태평양 재생에너지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리우는 “중국 전기차가 내년 이정표를 달성한다는 의미는 자국의 기술 발전은 물론 전기차 및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 자원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성공했다는 신호”라며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제조 비용이 크게 줄었고 소비자 가격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모든 것을 전기화하려고 하며 중국을 따라올 나라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 투자은행과 리서치그룹의 보고서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급부상이 전통 자동차 강국인 독일, 일본, 미국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 지도 지적했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2024년 전년 대비 40% 급성장한 반면 외국 브랜드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64%에서 올해 37%로 급감했다. 중국 전기차가 외국 차를 밀어내는 분위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모닝스타의 중국 자동차 부문 분석가 빈센트 선은 “독일 폭스바겐을 비롯한 여러 다국적 제조업체가 2026년까지는 중국에서 주요 신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HSBC 역시 “올해 4분기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출시할 신차 모델은 하루 한 대 꼴인 90대에 달하며 이중 90%가 전기차”라고 짚었다.
다만 중국 자국 내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과 중국 경제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중국 ‘전기차 굴기’의 변수로 지적된다. HSBC의 분석가 위지안 딩은 “중국 전기차는 분명히 번창하고 있지만 성장 둔화와 과잉 공급,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이 전기차 강국인 건 분명하지만 경쟁으로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UBS의 중국 자동차 연구 책임자인 폴 공은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경고하며 “2025년 시장은 약한 출발을 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다만 “전기차 구매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이 2025년 말 종료되고 2026년 보조금도 만료되기에 내년 말에는 전기차 구매가 다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