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가 한창 번질 때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의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실 실태가 공개됐다. 침상이 없는 병실에 여러 환자가 동거하는 방식이 집단감염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정신병원의 환자당 면적을 3.3㎡에서 4.3㎡로, 입원실의 기준 병상 수를 10개에서 6개로 줄였다. 병상 간 거리를 1m 띄우게 했다. 새로 문 여는 정신병원은 2021년 3월, 기존 병원은 지난해 1월 시행했다.
기준을 강화하면 병상이 줄고 환자가 줄어든다. 정부는 폐쇄병동 집중관리료(1만6240원), 격리보호료(3만4700원)를 새로 만들어 매출 감소를 보완해줬다. 규정 강화 1년 후인 올 1월 적용했다. 그러나 건보 대상인 일반 환자는 올해 적용하면서 의료급여 환자는 뺐다. 의료급여 환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며 최극빈층이다.
이를 두고 "약자 복지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약자를 차별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 정부는 복지의 근간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을 크게 올려왔다. 매년 '역대 최고 인상'을 내세우며 약자 복지 철학을 실천하고 있지만 가장 취약한, 정신질환을 앓는 기초수급자의 입원 수가를 챙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반 환자 입원 수가의 66.6%에 불과하다. 일반 환자 수가는 건보 재정이 담당하고 의료급여 환자는 일반 예산으로 지원하는데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해 이 무렵 2024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의료급여 환자의 폐쇄병동 집중관리료와 격리보호료를 넣지 않았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1438억원(지방비 포함하면 약 1900억원)을 증액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빠졌다. 복지부는 올해는 내년도 예산 378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는 게 매우 어려운데 예산 당국의 벽을 넘는 데 성공했다.
다만 격리보호료는 건보 수가에 맞췄지만 폐쇄병동 집중관리료는 건보 수가의 30%선에서 책정했다. 필요 금액에 훨씬 못 미치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서영석 의원이 요청해 1187억원으로 증액했다. 지금은 예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의료급여 환자는 밥값에서도 여전히 차별받는다. 한 끼 밥값 수가가 4230원이다. 건강보험 환자는 6270원(영양사·조리사·직영 가산 포함)의 67.5%에 불과하다.
한 정신병원 관계자는 "의료급여 환자 수가가 낮다고 해서 대놓고 차별할 수는 없다. 다만 같은 조건일 경우 의료급여 환자보다 일반 환자 입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의료급여 환자 차별이 이어지면서 문을 닫는 정신병원이 적지 않다. 2022년 7곳이 문을 닫았고 지난해 14곳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때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도대남병원은 정신병동을 없앴고, 대구의 제2미주병원은 문을 닫았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예방의학) 교수는 "의료급여 환자의 수가 수준이 건보 환자의 70%밖에 안 돼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며 "의료급여 환자의 장기 입원이 많아 가족과 단절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고 예산도 적지 않게 들어가고 있어 지역사회로 내보내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지역사회에 정신재활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대만처럼 환자가 지역사회 재활센터에서 서비스를 받도록 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민간의 재활시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