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공교육 AI 플랫폼에 빅테크 들어왔다…AIEP 두고 '교육 주권' 논쟁”

2025-12-17

11개 시도교육청이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맞춤형 교수학습 플랫폼(AIEP)'의 공식 개통을 앞두고 국내 에듀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강원, 전북, 경북, 제주교육청은 2023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공동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지난 9월 1차 개통을 시작으로 오는 22일 공식 개통한다.

AIEP와 관련해 우려가 나오는 지점은 플랫폼 시스템이 구글, MS 등 외국 빅테크 기업이 주축이 됐다는 것이다. AIEP 빅테크 및 에듀테크 연계 자료를 보면 학교가 도입하는 주요 LMS 플랫폼에는 구글 클래스룸, MS Teams, 네이버 웨일, 애플 등 4개 빅테크 기업이 포함됐다. 이 중 네이버를 제외하면 모두 미국계 기업이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 고위 관계자는 “AIEP는 표면적으로는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공교육의 핵심 학습 인프라가 사실상 구글이나 MS와 같은 외국계 빅테크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단순한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교육산업의 구조적 종속과 공교육 주권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 사업을 통해 콘텐츠, 학습 분석 등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교육 실증에 참여해 왔다. 문제는 이렇게 공교육 영역에서 축적된 성과와 플랫폼 활용 주도권이 외산 기업 서비스로 넘어가 공교육 전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특성상 초기 진입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면 후발 기업은 그 장벽을 깨기 어렵다.

중소 에듀테크 기업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한 에듀테크 기업 대표는 “시도교육청의 공동 플랫폼 형태로 가면서 중소 에듀테크 제품은 개별 교사의 선택을 받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며 “해당 교육청의 플랫폼에 들어가지 못하면 사실상 그 지자체에서는 제품을 쓸 수가 없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교육 데이터가 외국계 기업에 축적되면서 '데이터 주권'도 하나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다른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공교육의 플랫폼을 통해 구글이나 MS를 사용하게 되면 데이터가 국외로 저장되는 것인데 데이터 주권의 문제도 있다”며 “추후 국내 기업이 들어간다고 해도 이미 세워진 장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11개 시도교육청은 17일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2025 인공지능 맞춤형 교수학습플랫폼 성과공유회'를 열고 AIEP의 추진 방향과 향후 운영 방안을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AIEP가 각 시도교육청이 운영 중인 기존 학습 플랫폼과 연계돼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교육청은 “수백만 명의 학생과 교사가 사용하는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AIEP를 결합해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지만, 동시에 플랫폼 구조가 초기에 굳어질 경우 공교육의 선택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교육청 측은 이러한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구조로 통합 인증 체계를 제시했다. AIEP는 통합 인증(SSO)을 기반으로 빅테크·에듀테크·시도교육청별 서비스를 하나의 계정으로 연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학습 분석 대시보드와 교육 마이데이터 구축을 통해 데이터 기반 맞춤형 교육과 증거 기반 교육 정책 수립을 목표로 한다. 교육 당국은 플랫폼 안정화와 고도화를 거쳐 2027년까지 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관계자는 “구글 클래스룸은 무료인데다 서울 현장 교사의 27%가 사용하고 있어서 넣게 됐다”면서 “AIEP는 에듀테크를 활성화하고, 유통 체계를 마련해 민간의 다양한 에듀테크 제품을 넣어놓고 현장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개발 목적”이라고 밝혔다.

공교육 데이터의 해외 이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한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도 구글이나 MS를 통해 학교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지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AIEP를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데이터가 쌓이면 비식별 데이터 형태로 국내 교육기업에도 데이터를 개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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