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무회의 첫 주재
특검법 처리 시한 1월 1일로 만료
‘거부권’ 입장 밝힌 적은 없지만
정치권 ‘총리실 기조 유지’ 관측
정치적 혼란·경제 불안 등 감안
野 헌법재판관 3인 임명 요구엔
전향적 태도 취할 가능성 있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30일 ‘쌍특검법(내란 일반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앞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했다. 쌍특검법 처리 시한이 다음 달 1일인 만큼 최 권한대행이 31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31일 국무회의는 정례 회의인 만큼 변동 없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부처 간의 협조나 지시사항 전달 등을 위해서라도 국무회의 정상 개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국무회의는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은 후 처음 열리는 국무회의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총리실로부터 국무회의 관련 종합보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특검법을 포함해 국무회의에 상정될 법안들에 대한 포괄적인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미의 관심인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명 임명과 관련해서 최 권한대행은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장고할 것으로 예측된다. 야당은 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을 가능한 한 빨리 임명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권과는 달리 법으로 정해진 시한이 따로 없다. 최 권한대행은 전날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다음 달 4일까지 7일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관 임명도 최소한 국가애도기간은 넘긴 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참사 여파로 압박 수위를 다소 조정하는 모습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았을 때와는 달리 야당은 별도의 시한을 제시하지 않고 “당연히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에 대해서는 거부 기류를 드러냈던 총리실의 기조를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지만, 이른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인 상황에서 정부가 지금껏 밝혀온 기조를 무리해 뒤집는 것은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총리실은 앞서 두 특검법에 위헌·위법적 요소가 있다는 판단을 밝힌 바 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두 특검법에 위헌·위법 요소가 있다고 보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요소가 있다”며 “여러 차례 그동안 유사한 법안들이 넘어왔을 때 저희가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를 했다. 그때 여러 번 말씀드린 흠결이 전혀 수정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기초해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는 사실상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경제부총리인 최 권한대행이 극도로 불안한 경제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에는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한 총리 탄핵 등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며 우리 경제는 불안하게 요동쳐 왔다.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간을 끌 경우 야당으로서는 다시 탄핵 카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 권한대행이 거듭되는 탄핵 사태를 막고 경제상황을 비롯한 정국 안정을 꾀하기 위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결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총리에 이어 최 권한대행마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탄핵당한다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외 신인도 역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한 후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이 이뤄질 당시 환율은 무서운 속도로 치솟아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60원을 넘기도 했다.
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엄을 강하게 반대한 인물로 알려진 점 역시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결단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자신이 계엄에 강하게 반대했음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한편 최 권한대행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최 권한대행은 약 40분간 진행된 우 의장과의 접견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수습 방안 등에 대해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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