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계 이중국적자를 대거 영입하며 전력 강화를 시도했던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이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며 위기에 빠졌다. 최근 일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예선 홈 경기에서 0-4로 완패한 이후 신태용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 동안 17명의 귀화 선수를 영입했는데, 2020년 이후에만 그에 맞먹는 15명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열악한 체격 조건을 만회해보려는 의도가 컸다.
주요 영입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의 리저브팀에서 활약하는 저스틴 허브너, 이탈리아 세리에 A 베네치아의 수비수 제이 이드제스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덴마크 FC코펜하겐에서 뛰는 네덜란드 청소년 대표팀 출신 케빈 딕스도 합류했다.
하지만 화려한 이력의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음에도 팀의 경기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는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에 고전했고, 전반 34분 허브너의 자책골까지 나왔다.
패배 이후 인도네시아 소셜미디어에는 “신태용 아웃” 해시태그가 수천 건 올라오며 감독 경질 요구가 거세졌다. 현지 매체 ‘라다르 시타본도’는 “감독의 지도력에 실망했다”며 “귀화 선수 대거 영입에도 전술과 경기 준비 부족으로 예선 2연패에 빠진 상황은 최악”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매체 소후는 “인도네시아의 귀화 선수 의존은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2050년까지 세계 5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축구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는 수년간 불안정한 인프라, 부실한 경영, 폭력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2022년에는 경기장 압사 사고로 130명 이상이 사망하는 비극도 있었다.
현재 아시아 3차 예선 C조에서 3무 2패(승점 3)로 5위를 기록 중인 인도네시아는 플레이오프 자격이 주어지는 조 4위 진입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다음 상대는 감독 교체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사우디아라비아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가 모든 면에서 완패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며 반등을 다짐했지만, 귀화 선수들의 기대 이하 경기력과 팬들의 강도 높은 비난 여론이 겹치면서 그의 거취까지 불투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