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용 84㎡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광고엔 “넉넉한 34평형!”이라 쓰여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입주해보니, 어라? 생각보다 작다? 친구가 와서 말하길, “이게 34평이라고? 30평인 우리 집이 더 넓은 거 같은데?”
사실 이건 평수 계산을 잘못한 게 아니다. 부동산 면적 표기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내용이 꽤 많다. 게다가 같은 84㎡라도 일반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은 체감 면적이 전혀 다르다.
이름만 비슷한 ‘평형’들-전용, 공급, 계약 면적
전용면적: ‘신발 벗고 돌아다니는 공간’. 방, 거실, 부엌, 욕실까지, 말 그대로 내가 사는 공간 전부다. 실내에서 체감하는 진짜 ‘집의 크기’는 이 전용면적이다.
공급면적: 전용면적+이웃과 함께 사용하는 복도, 계단 등의 주거 공용 공간. 이 면적을 기준으로 평형을 부풀리는 일이 흔하다.
계약면적: 공급면적+지하주차장, 커뮤니티 시설 등 기타 공용 공간까지 전부 포함. 오피스텔은 주로 이 면적을 중심으로 광고된다.
예를 들어, 전용면적 84㎡(약 25.4평)짜리 아파트는 공급면적으로 따지면 34평 정도가 된다. 그래서 광고에서는 “84A=34평형”이라고 하는데, 이건 엄밀히 말하면 신발 벗고 걷는 25평짜리 집을 34평이라 포장한 것이다.
전용률이 말해주는 진실
전용률은 이렇다: 전용율=(전용면적/공급면적)×100. 전용률이 높을수록, 내가 실제로 쓰는 공간이 많다는 뜻이다.
일반 아파트: 전용률 70% 안팎
주상복합: 전용률 50~60%대
오피스텔: 전용률 40~50%대, 더 낮은 곳도 많다.
같은 전용 84㎡라도, 전용률이 다르면 체감 면적이 확 달라진다.
주상복합, 보기엔 멋있지만 실속은?
주상복합 아파트는 외관도 고급스럽고 커뮤니티 시설도 좋다. 하지만 구조상 공용 공간이 많아지고, 정작 전용 공간은 줄어든다. 상가와 주거가 함께 있는 복합건물이라 설계상 제약이 많고, 복도, 엘리베이터 홀, 로비 등이 넓게 설계되다 보니 내 집 안쪽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그래서 똑같은 전용 84㎡라도, 일반 아파트보다 주상복합이 더 좁게 느껴지는 것은 구조적인 현실이다.
오피스텔은 왜 더 좁게 느껴질까?
오피스텔은 계약면적 기준으로 평수를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엔 “전용 84㎡ 오피스텔”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전용률이 낮아 실내는 훨씬 작다. 게다가 발코니 확장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파트는 발코니를 확장해 실내를 넓힐 수 있지만, 오피스텔은 구조상 어렵다. 즉, 확장 마법이 통하지 않는 집이다.
발코니 확장의 숨은 10평
아파트 분양을 받을 때, ‘발코니 확장비’가 따로 붙는 이유가 있다. 발코니는 법적으로 서비스 면적이기 때문에, 확장하려면 계약하고 돈을 내야 한다. 이 확장 면적이 대략 7~10평 정도. 무시 못 할 크기다. 그래서 전용면적 25평 아파트도 발코니 확장을 하면 실내 체감은 34평 정도가 된다. 그런데 오피스텔은? 확장 안 된다. 광고는 크지만, 실내는 작다.
면적 표시 방법은 법으로 규제
건설사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면적을 최대한 커 보이게 하고 싶어 한다. 소비자들은 되도록 실제로 사는 공간, 즉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판단하려 한다. 그래서 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전용면적 기준으로만 표기
오피스텔 등: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전용·공용·계약면적 모두 표기 가능
이렇게 정해놨지만, 여전히 광고는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기기 십상이다. 예쁜 단지 조감도와 함께 외치는 한마디 “넓고 쾌적한 34평형의 삶을 누려보세요!”
숫자가 아닌 체감을 보라
‘84㎡’라는 숫자 하나만 보고 집을 판단하면 안 된다. 그게 일반 아파트냐, 주상복합이냐, 오피스텔이냐에 따라 실제로 내가 신발 벗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은 완전히 달라진다.
발코니 확장이 되는가? 전용률이 얼마나 되는가? 공용 면적이 얼마나 부풀려졌는가? 이런 요소들이 모여 진짜 집의 크기를 만든다. 같은 숫자도, 다른 체감, 눈보다 발이 느끼는 면적이 진짜다.
강귀만 부동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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