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대선 후보들이 기후 관련 부처 개편을 공약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름에 ‘기후’가 들어간 부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 대응이 주요 의제가 되고, 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아울러 볼 필요가 높다는 점에서 기후 관련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기후위기에 얽힌 에너지 문제, 사회 문제를 함께 다룰 기후 문제 전담 컨트롤타워 신설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지난 28일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하고 다음날 페이스북에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한데 모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포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겠다. 탄소중립 산업도 육성하겠다”고 적었다. 이 후보의 공약인 2040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중 확대 등을 이 부서에서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국 후보도 기후·에너지·산업 부문을 총괄하는 기후경제부 신설을 지난 12일 공약했다. 권 후보는 “기후정책을 국정의 중심에 놓겠다”며 “기후, 에너지, 산업을 총괄하는 기후경제부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탈석탄,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을 실현할 부총리급 부처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권 후보는 이 후보보다 엄격한 목표들을 내세웠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 등에서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후보가 지난 26일 발표한 공약집을 보면 “기후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항목 아래 기후환경부 개편 공약이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폭우 등 재난 컨트롤타워로서의 환경부 역할에 방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유일하게 환경부 역할 축소를 암시했다. 이 후보는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를 통합해 ‘건설교통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요 후보들이 모두 환경부 개편을 공약하면서 대선 이후 관련 부처 통폐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관련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찍이 제기됐다. 환경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설정, 배출권거래제 시행 등 관련 정책을 제시하면 산업계 부담을 우려한 산업부가 반발하면서 정책이 유명무실해지는 일이 번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에서는 “기후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기후경제부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정부도 필요성을 인지했다. 지난 2월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세계적 추세로 봐도 기후를 주관하는 부서가 필요한데 우리 정부조직법에는 ‘기후’라는 말이 없다. 법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며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30일 성명을 내고 “권영국 후보에 이어 이재명 후보가 기후 문제에 통합적으로 대응할 부처 신설을 공약한 것을 환영한다”며 “새롭게 만들어질 부처는 산업, 에너지, 기후, 기술 등 다부처에 걸친 전환 과제를 총괄하며 부처 간 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부처이자 국가 전략 본부로 기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대선 이후 한국 최초로 ‘기후’가 이름에 들어간 부처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는 ‘기후 정부’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며 “‘2030 NDC 달성’이라는 목표 아래 에너지·산업 문제를 통합하는 한편, 기후 부처에만 문제를 맡겨둘 것이 아니라 모든 부처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을 염두에 두고 행정을 펼치는 ‘기후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NDC를 선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