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중국산 신선배추가 서울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해당 물량은 민간업체가 수입한 중국산 신선배추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사들인 후 시장에 출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통 현장에선 중국산 신선배추 품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가격안정 효과가 거의 없다는 평가와 함께, 정부가 중국산 신선배추의 국내 유통 물꼬를 앞장서 터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9∼13일 4일간 36t 반입=가락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산 신선배추는 9∼13일 집중적으로 반입됐다. 시범휴업일(12일)을 제외한 4일간 하루 9∼10t씩 모두 36t 들어왔다. 특이한 것은 출하 주체다. 현장에서 확인한 중국산 포장상자 겉면 출하자란에 ‘한국농수산’으로 돼 있었다. 한국농수산은 aT의 한글 명칭이 긴 데 따른 축약형으로 확인됐다. 포장상자는 15㎏들이로 6포기가 담겼다.
해당 물량은 민간업체가 수입한 것을 aT가 사들여 시장에 경매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인들은 aT가 민간업체 물량을 사들인 것도 흔치 않은 데다 그동안 도매시장에 반입된 중국산 신선배추가 정가·수의 매매로 거래됐던 선례를 비추면 aT의 경매 상장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직수입을 하는 데 드는 시간·비용을 단축하고 시장에 신속히 공급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설명이 힘을 얻는다.
중국산 신선배추가 들어온 게 처음은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중국산 신선배추 수입량은 148t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신선배추에 할당관세가 적용되며 수입량은 4135t으로 껑충 뛰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aT를 통해 16t을 직수입해 시장에 공급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후 1100t을 민간·정부 수입을 통해 들여오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전량 수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안정 효과 거의 없어”…정부가 중국산 앞장서 공급 빈축도=9∼13일 시장에 출하된 중국산 신선배추는 15㎏들이 한상자당 9500∼1만원에 거래됐다. 한포기당 1583∼1666원꼴이다. 같은 기간 국산 시세(4666∼5000원)를 고려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산 신선배추 거래에도 배추 가격안정 효과는 거의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산 신선배추가 풀리기 이전인 2월 첫째주(3∼8일) 배추 시세는 상품 10㎏들이 한망(3포기)당 1만4653원이었다. 중국산이 거래된 둘째주(10∼15일)는 1만4755원으로 되레 0.7% 올랐다.
시장 유통인 A씨는 “최소한 국산과 비슷한 품위여야 수요가 분산되는데, 반입된 중국산은 국산과 견줘 1.5∼2㎏ 가볍고 속도 잘 여물지 않았다”고 말했다 .
산지에선 정부의 보여주기식 수급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시갑 강원도고랭지무배추공동출하연합회장은 “중국산 배추는 국민 정서상 수요가 많을 수 없다”며 “수입하느라 돈만 쓰고 가격안정 효과는 없는 허울뿐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산지 관계자 B씨는 “민간 수입량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할 정부가 중국산 유통망을 앞장서서 열어주는 꼴”이라고 했다.
시장 유통인 C씨는 “정부는 매년 12월 겨울배추를 8000t가량 비축하는데 지난해엔 3600t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비축량이 충분하지 않으니 중국산 수입으로까지 손을 뻗친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하순 노지봄배추 출하되면 값 안정될 듯”=국내 배추값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가락시장 배추 경락값은 상품 10㎏들이 한망당 1만3959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평균(7921원)보다 76.2%, 평년(8014원) 대비해선 74.2% 높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겨울배추 저장량이 적고 시설봄배추 예상 출하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4월까지는 배추값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지에선 배추 수급불안이 5월 하순 노지봄배추가 출하되면서 풀릴 것으로 본다. 김철규 한국무배추생산자연합회장(전남 해남 문내농협 조합장)은 “해남지역은 노지봄배추 식재면적이 지난해보다 2배 늘어 5월 이후에는 배추 생산과잉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효상 기자 hsseo@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