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명 집회, 기적의 무사고…이러려고 선결제 실시간 업뎃"

2024-12-17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장 인근 선결제 매장 정보를 담은 온라인 사이트 ‘시위도 밥먹고’ 운영진이 홈페이지 개설을 결심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시위도 밥먹고’는 12‧3 비상계엄 관련 집회 장소 근처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음식을 미리 결제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지난 9일 생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공유된 선결제 매장의 위치와 선결제 된 품목의 남은 수량, 결제자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14일부턴 군중 밀집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17일 운영진 A씨 등은 “사용자 위치 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재고가 소진된 식당 등을 향하는 시민들의 헛걸음을 줄이고 군중 밀집도를 확인·제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IT 업체에서 일하는 A씨와 중학교 동창인 B씨가 군중 밀집도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였다. A씨는 “당시 이태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핼러윈 파티를 하고 있었다”며 “처음엔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았지만 1년 정도 지나자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압사 당할 뻔 한 기억 등이 떠오르면서 인파가 몰리는 공간에 가면 ‘밀지 말자’고 소리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했다가 인파 사고가 걱정됐다고 한다. A씨는 “여의도는 광화문 일대와 다르게 구조가 복잡하고 풀·나무가 있는 둔덕이나 계단이 많아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처음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12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선결제 매장 정보는 SNS 제보를 받아 수집했고, 군중 밀집도는 서울시와 SK 등에서 제공하는 오픈 인터페이스(Open API)를 활용했다. Open API는 개발자의 서비스 개발을 위해 제공되는 데이터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A씨는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48시간 동안 비상대기하듯 일했고, 가결 소식을 듣자마자 쓰러지듯 잠들었다”며 “조금이라도 업데이트를 늦게 하면 한 곳으로 인파가 몰릴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각계각층 시민들이 힘을 모은 결과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MZ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해외 교민 등 다양한 시민들이 제보했다”며 “세대·젠더 갈등이 심한 한국에서 모두 하나가 됐다는 점에서 지도를 만드는 과정이 보람찼다”고 했다. 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사심 없이 주먹밥을 쥐여주던 손길이 44년이 지나 여의도에서 다시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유동인구 인터페이스를 추가로 활용하는 등 군중 밀집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사고 없이 집회가 마무리된 것에 대해 A씨는 “200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곳에서 이룬 기적”이라며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사이트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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