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정년연장시 '청년채용' 연동…반도체 '주52시간 예외' 필요"

2024-11-28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정작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정년 연장 시 임금 체계를 유연화해야 하고, 특히 청년 채용 계획을 반드시 연동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취임 3개월을 맞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출생 고령화로 계속고용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반대급부로 줄어들 수 있는 청년 일자리 문제에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대기업·공기업 등에서 정년 연장을 하는 만큼 청년들이 자칫 일자리 경쟁에서 밀려 노동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13년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이후 근로자 1000명 이상 대기업을 중심으로 청년 고용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 장관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정년 연장 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청년 고용도 함께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임금구조 유연성이 확보되도록 성과급과 직무급 등 임금체계 개편을 동시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청년과 기업 모두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계속고용 관련 논의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김 장관은 그냥 쉬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대책도 강조했다. 이른바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이하 쉬었음 인구는 41만8000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같은 흐름이 지속한다면 생산 가능 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청년 고립 문제로 이어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김 장관은 “국세청에 소득 신고 한 번 해본 적 없는 졸업생들을 직접 찾아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왜 쉬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등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교육부와 협력해 내년부터 양 부처 데이터베이스(DB)를 크로스체크해 소외되는 청년이 없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선 “반도체 연구개발(R&D) 직종에 대한 ‘원포인트’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반도체 업계에선 해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여당은 특별법에 반도체 R&D 근로자에 한해 노사 합의로 주52시간 근무 예외를 두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한국 반도체가 위기에 빠지면서 대만 TSMC 등과의 국제적인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근로시간 예외 규정을 담은) 과거 경제자유구역특별법처럼 필요한 부분부터 송곳 입법이 필요하다.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 선택권을 확보하면서 건강권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된 마을버스 기사에 대한 외국인 고용허가제(E-9) 허용과 관련해선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서울시는 고질적인 채용난에 시달리는 마을버스 운전기사도 외국에서 고용허가제로 들여오는 방안을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 현재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데, 범위를 운수업까지 확장하자는 취지다.

김 장관은 “마을버스가 언뜻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대형 면허를 따야 하고 어르신 손님들에게 노선을 알려주는 등 소통도 잘 돼야 한다”며 “단순 노동이 주가 되는 고용허가제와는 결이 다르다. 버스 기사까지 외국인을 데려와야 하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취임 때부터 강조하던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해선 확실한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속도와 범위, 방법에 대해선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규정을 기업에 부담 가지 않는 순으로 나눠서, 가장 부담이 적은 규정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예를 들어 4대 국경일이라도 우선 유급휴가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장관은 “단계적 적용이 한번 시작되면 봇물 터지듯 전면 적용 요구가 나올 수 있는데, 자칫 소상공인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업종별 실태 분석부터 새롭게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년과 특고·프리랜서 등 노동 약자를 위한 ‘노동약자지원법’ 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장관은 “방송 작가 등이 계약서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고·프리랜서 서면 계약서 체결을 의무화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면 노동위원회에 분쟁조정 기능을 설치해 노동 약자들도 간편하고 신속하게 다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앞으로 임기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임금 체불 청산’을 꼽았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퇴직연금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김 장관은 “회사가 퇴직금을 사내 유보금이 아닌 지정된 금융기관이나 기금에 맡기도록 하면 마음대로 유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의무화만 이뤄져도 체불임금 상당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다음 달 초 예고된 철도·지하철 파업 등을 두고 “국민의 발이 되어주는 철도, 지하철과 학교 급식, 아이 돌봄이 한꺼번에 멈추게 된다면 경제적 타격과 국민이 겪게 되는 불편은 너무나 자명하다”며 “노조가 아무리 합법적인 권리행사라고 주장해도 국민에게 불편과 불안을 주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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