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꼼수' 논란 격화... 국감서 '장외전' 펼쳐질까?

2024-09-24

산은, 조직개편 추진... 부산권에 '남부권 투자금융본부' 신설 예정

산은 노조, 사측에 거세게 반발... 산은 본점 앞에서 '천막 농성 투쟁' 돌입

노사 모두 정치권 접촉중... 올해 국감서 여야 간 '장외전' 벌어질 전망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직 개편을 통해 실질적인 부산 이전 효과를 내려하는 산은에 노동조합이 '꼼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탓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데다 노사 모두 정치권에 접촉하고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을 두고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야의 '장외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25년도 조직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해당 조직개편안은 부산 지역에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산은법 개정 전이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사회에서 조직개편 승인이 완료되면 하반기에는 남부권 투자금융본부 신설을 위한 인사이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은의 '부산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산은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단행해 국내 지점영업 영업을 총괄하는 지역성장부문을 부산으로 이전했으며 동남권투자금융센터도 부산에 신설했다.

이전부터 본점의 부산 이전을 반대해온 산은 노조는 사측의 이 같은 조직개편 진행에도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는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조직개편 중단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산은이) 산업은행법 개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해 핵심 부서와 인력을 이동시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히 직원 몇 명이 내려가는 문제가 아니"라며 "대통령이 직접 강 회장에게 '법 개정 전에 법 개정 효과를 내라'고 불법을 사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은은 지난해 1월 이미 한 번의 부산 이전 조직개편을 겪었으나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지금도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 가장 많은 점포와 인원을 두고 있는데 또다시 조직개편을 하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산은법은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다.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려면 원칙적으로는 국회의 법안 개정이 필수라는 뜻이다.

그러나 산은 노조의 주장대로 산은법 개정은 요원한 상태다. 본점 이전의 타당성과 관련해 찬반 입장이 뚜렷하게 갈릴 뿐만 아니라 반대 측인 야당이 국회의 주도권을 쥔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은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네 차례나 발의됐으나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모두 폐기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올해 국감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갈등의 깊이가 대화로 해결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산은과 노조 모두 각자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정치권과 교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노조는 박홍배·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과 꾸준히 접촉 중이다. 박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에, 김 의원이 정무위원회에 각각 소속돼 있다는 점과 두 의원 모두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분석된다.

이와 달리 산은은 부산 지역 여당 정치인과 조용히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올해 국감에서 여야 정치인 간의 치열한 설전이 오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일부 부산 지역 여권 인사들의 경우 산은에 우려와 불만을 갖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부산권 산업부흥에 필요한 것은 일부 부서의 이동 등이 아닌 확고한 본점 이전'이라는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은으로서는 올해 국감에서 '아군'이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산은) 노사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양측이 소통으로 갈등을 풀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며 "양측 모두 정치권을 앞세워 올해 국감에서 각자의 입장에 설득력을 더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제시한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대통령인수위원회를 거쳐 정부의 공식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행정적인 절차의 경우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가 산은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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