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봐 준다'며 제자에 수면제 넣은 아이스크림 먹인 무용가 [사건의 재구성]

2025-02-11

신뢰 관계 이용한 지도자의 악행

"작품 봐줄 테니 만나자."

한국무용 안무가 A 씨(48)는 범행 하루 전날인 지난해 2월14일 제자인 B 양(15)에게 연락해 이같이 말하며 학원으로 그를 꾀어냈다.

범행 당일 A 씨는 B 양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구입 한 후 자신이 복용 중이던 수면제를 몰래 넣어 그에게 건넸다.

오랜 시간 동안 A 씨로부터 수업을 들었던 B 양은 아무런 의심 없이 건네받은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A 씨는 "너만 몰래 밥 사주는 거니까 학원 원장 선생님에게 말하지 말라"며 입단속한 뒤 복어 요릿집으로 향했다.

B 양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A 씨에게 "어지럽다"며 호소했고, 비틀거리면 식당을 나선 B 양은 A 씨의 차에 타자마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 씨는 의식을 잃은 B 양을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로 데리고 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영상에는 A 씨가 B 양의 얼굴을 수회 쓰다듬고 그의 뺨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대는 장면이 포착돼 있었다.

A 씨는 집 안으로 B 양을 데리고 온 후 B 양을 강제 추행했고 이 과정에서 반항하자 상해를 가해 의식을 잃게 했다.

B 양을 추행한 A 씨는 "학원 원장이나 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지 말라"며 "다른 레슨실에서 레슨을 받고 무용학원에 가는 길에 햄버거를 먹은 것으로 입을 맞추자"고 말했다.

또 의식이 명료하지 못한 B 양을 데려다주면서 '레슨을 1시간 정도 했고 불고기버거 세트를 사 먹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게 유도한 후 이를 녹음하기도 한 치밀함도 보였다.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B 양은 무용을 그만두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심한 절망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는 대학교 무용 강사, 구미시립무용단 안무자, 대한무용협회 구미지부 지부장 등의 사회경력이 있고 지방선거에서 구미시의원으로 출마해 한 때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법정에 선 A 씨는 "호기심에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넣은 아이스크림을 먹게 한 것이지 추행할 의사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하며 심신미약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넣은 아이스크림을 먹게 했을 때 강제추행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이며 강제추행의 수단으로 행해진 폭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의식을 잃어 상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상 강간등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취업제한,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동안 자신으로부터 안무 지도를 받아온 아동·청소년인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섞은 아이스크림을 먹게 하고 항거불능 상태가 된 피해자를 강제 추행했다"며 "이 사건이 폭로된 후 피해자로부터 딴 녹음파일을 보내 주며 무고를 주장하게 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했다.

"양형이 부당하다"며 A 씨와 검찰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당심에서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원심을 깨고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취업제한 5년, 보호관찰 3년을 명령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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