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점 찍은 공사비, 고환율에 더 오르면 분양가 자극
연준, 금리인하 속도 늦춰…영끌 주담대 이자 부담 지속
건설부동산은 시장경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호황기에는 건설자재 등 국가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집약 산업의 특성상 취업률이 증가하지만, 반대로 불황기에는 바로 건설부동산시장부터 직격탄을 받기 때문이다. 불황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 아파트 분양이 줄고 주택 수요 감소로 신규 사업 진입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반등의 기회를 노리지만 대내·외적 상황 마저 녹록치 않다. 이에 ‘미디어펜’은 ‘2025년 부동산 톺아보기’를 통해 ①대내·외 리스크 및 진단 ②환율·금리 여파 ③재건축 시장 동향 ④수요 양극화 현상 ⑤정부정책 순으로 작금의 건설부동산 시장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연초부터 펼쳐진 고환율(달러 강세)과 금리의 제한적 인하 기조가 올해 부동산 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환율로 원자재값이 뛰면서 안그래도 높은 건설 공사비 문제를 심화시키고, 금리 인하 조정은 대출 이자 부담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고환율, 수입 자재값↑…분양가 상승 이어질 우려
높아진 원·달러 환율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건설 수입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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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고급 내·외장재로 활용하는 수입 석제품의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2.57로, 전년(122.61) 대비 크게 상승했다. 합판 수입물가지수도 지난 2023년 12월 103.54에서 환율 상승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118.50으로 상승했다.
원자재값 상승은 고스란히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으로 급등한 뒤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지난해 9월에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사비 상승은 건설사들의 원가율을 높여 보통 80%를 기록하던 원가율은 지난해 3분기 10대 건설사 기준 92.6%로 치솟았다. 지난해 3분기 이후에도 공사비가 지속 상승했기 때문에 올해 원가율도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원가율이 높다는 것은 건설사 사업성이 악화된다는 의미다. 건설사들은 이를 타개하고자 다양한 재무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의 '2025년 2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월 아파트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05.9로, 지난 1월 대비 4.5p 상승했다.
계엄령 이후 급격히 상승한 환율이 수입 원자재 가격을 높여 분양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게 주산연 측 설명이다.
내집마련을 꿈꾸는 이들 입장에선 높아진 분양가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난해 고분양가 탓에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청약 통장 해지가 줄을 잇는 현상도 올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 연준 금리 인하 늦춰…주담대 이자 부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상황에 따라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 인하가 늦춰지면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하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또한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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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은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전부터 계속 제기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미국)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 서둘러 금리를 내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금리 인하 속도 완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연준이 3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미국 인플레이션 수치가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되던 금리 인하 기조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변하면서 내집마련을 꿈꾸는 수요자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중은행 평균 주담대 금리는 4.24%다. 최근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소폭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기준금리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행이 연준 기준금리 기조를 무조건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어서 정확한 예측은 쉽지 않다.
한편 고환율·금리 이슈로 분양가 상승과 주담대 금리 유지가 현실화하면 청약 등 내집마련 수요자들로선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에는 고환율·고물가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금리 인하가 제한적으로 진행된다면 올 하반기까지도 흐름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