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1년새 부채 2배 불어나…오프라인 판매센터도 줄줄이 ‘손절’

2025-03-28

발란이 입점사들에 약속한 미정산 대금 정산 기일을 또다시 어긴 것은 결국 발란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그간 단순 재정산 작업이 미정산의 원인이라고 내세우던 발란이 외부 자금 유입 등을 언급하며 재정 위기를 인정하면서 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28일 최형록 발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금 플랫폼이 무너지면 발란뿐 아니라 온라인 명품 시장 전체의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입점사들에 대한 정산 계획은 이번 주 중 확정해 다음 주부터 직접 소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발란의 입점 업체 수는 1300여 개로 월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 원이다. 입점 업체들에 따르면 발란의 미정산 규모는 130억 원대로 추산된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지 닷새 만에 최 대표가 입장을 내놓았지만 발란에 대한 업계와 입점사들의 우려는 되레 커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정산 일정이 입장문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특히 입장문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거론한 최 대표가 “이 문제는 독립적인 의사 결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기존 투자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언급한 점은 사실상 기업회생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연일 악화된 발란의 재정 상태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발란의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38%에 달했던 발란의 유동 비율은 2023년 40%로 급감했다. 유동 비율은 기업의 단기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유동 비율이 낮을수록 유동성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감사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벤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란의 부채 규모는 전년(138억 600만 원) 대비 2배 규모로 불어난 약 3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명품 소비 감소와 대형 e커머스 업체들의 명품 시장 진출로 같은 기간 매출액도 392억 원에서 276억 원으로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발란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2021년 891억 원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누적된 영업손실과 부채 증가는 2년 연속 자본잠식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발란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털(VC) 등도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란의 전체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최근 700억 원 이상으로 파악돼 이러한 미정산 사태가 지속될 경우 VC들은 사실상 투자금 전액을 감액해야 하는 상황이 놓일 것으로 보인다. 발란에 투자금을 댄 VC로는 코오롱인베스트먼트·컴퍼니케이파트너스·우리벤처파트너스·신한벤처투자·SBI인베스트먼트·제이비인베스트먼트 등이다. 전략적투자자로 네이버와 실리콘투도 참여했다. 각 VC의 투자 금액은 최소 50억 원에서 1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달 발란에 75억 원을 투자한 실리콘투도 난처한 상황이 됐다. 실리콘투 측은 “이런 사태가 벌어질 줄 몰랐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해당 사항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발란은 실리콘투로부터 1차로 75억 원을 투자 받았으며 2025년 11월~2026년 5월 직매입 제품 판매 매출 비중 50% 이상 및 매월 영업이익 흑자 달성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2차로 75억 원을 투자 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실리콘투는 2차 투자를 그대로 이어갈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으나 사실상 투자 요건 달성이 불가능한 만큼 2차 투자는 무산된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발란에 대한 업계의 손절도 시작됐다. 발란은 중고 명품 매장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위탁 서비스를 맡기는 형태로 19곳의 오프라인 판매 센터를 운영 중인데 이번 사태 이후 이들 매장은 발란에 대한 위탁 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발란 판매 센터 관계자는 “정확하게 이번 사태가 파악된 후에나 위탁 업무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점사들도 발란에서의 판매를 중단했으며 최근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반품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손실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유통 업계를 뒤흔든 티메프 사태 이후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데 대해 정부의 미흡한 관리·감독을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제대로 된 법이 없는 사각지대로 플랫폼상 중개 거래자들이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정부가 티메프 사태 이후 중개 플랫폼에 대한 각종 조치와 실태 파악을 통해 소비자 및 입점 업체 등에 대한 피해를 막겠다고 했지만 관리·감독이 미흡하다 보니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전 예방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의 재무 상태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자본잠식인 경우 셀러들과 소비자들에 대해 경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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