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은 인류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된 투자 수단 중 하나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아기가 태어나면 돌을 맞이하는 선물로 금반지를 주는 풍습이 있었고 이 유례는 부와 복을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어릴 때 받은 돌반지를 커서 대학에 들어가거나 결혼할 때가 되면 금값이 올라 살림 밑천으로 쓰라는 의미에서도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금값이 너무 올라 돌반지로 선물하기 부담스러워 다른 선물이나 봉투에 현금을 담아 주는 사례가 늘었다. 필자는 대학 졸업 이전까지는 돈이 생기면 바로 은행으로 달려갔고 대학 졸업 이후에는 은행 반, 순금 반으로 나눠서 투자하였다.
그 당시에는 투자 개념보다 무의식중에 순금을 모으는 단순한 취미에서 시작됐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ETF, 디지털 금 투자, 적립식 금 투자, 금 리츠 등 다양한 방법을 알기 어려운 때라 무조건 황금열쇠, 금반지, 금팔찌 등 실물 금에 투자했었다. 시간이 꽤 흘러 하나 둘 모았던 금들이 처음보다 늘어났을 때 금귀걸이 목걸이 등은 화장대 옆에 두었고 황금열쇠 등 악세사리로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은 장롱 깊숙이 나름 숨겨둔다고 머리를 썼다. 하지만 2박3일로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들었고 집에 숨겨두었던 모든 순금들이, 화장대 옆에 있던 순금 액세서리를 포함 24k, 14k할거 없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이상한 건 다른 고가의 물건들은 그대로 놔두고 금만 가져갔다는 것이다. 도둑맞은 후 지인에게 이야기하니 그 지인도 과거 쌀통 안과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던 금도 다 털어갔다고, 금 있는 곳을 도둑들은 귀신같이 안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면 인류는 언제부터 금에 투자했을까?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는 물론이고 심지어 부족단위 리더들도 금을 지혜의 상징, 그리고 신성한 존재로 여겨 섬기거나 상징으로 항상 옆에 두기도 했다.
중요한 건 금이 단순히 귀금속을 넘어 고대에도 사람들의 사회적, 심리적, 심지어 철학적인 문제를 반영하는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시간을 초월해 우리에게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다. 록펠러는 금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인간의 역동적인 창의력과 경제적 활동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의미한다고 보고, 그것이 진정한 부를 만든다고 믿었다. 금은 불확실성의 시대 즉, 금융위기, 전쟁,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금은 여전히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정받는다. 경제가 흔 들릴 때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며, 그 어떤 위기도 초월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닌 것만 같다.
왜냐하면 금은 화학적 불활성을 가지고 있어, 거의 모든 물질과 반응하지 않는다. 이는 금이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는 이유이다. 또한 금은 전도율이 높고, 가공이 쉬운 특성 덕분에 전자기기에도 널리 사용된다. 이러한 과학적 특성 덕분에 금은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서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금은 문학작품에서도 영화 속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영화 ‘007’ 시리즈에서는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금을 이용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금괴를 훔치거나 보호하는 내용은 그 자체로 극적인 긴장감을 더해주는 소재인 것이다. 또한, 금광을 배경으로 한 서부극 영화나 골드러시(Gold Rush)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영화와 문학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문학작품 속, 영화 속, 현실 속 금은 단순한 부의 상징을 넘어, 인간 욕망과 갈등을 상징하는 중요한 테마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금을 모으면서 미국의 상당량의 금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이를 지켜보던 미국은 금이 아닌 가상화폐 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살아보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는 이 상황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과 비트코인 중 선택을 해서 모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국이 비트코인정책을 만약 성공시킨다면 중국이 열심히 모았던 금은 상대적으로 그저 단순한 금에 불과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모른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로 앞으로도 금이 함께할지 아니면 비트코인으로 대체될지 아니면 또 다른 것이 대체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엔딩이 궁금하다.
나아리 <전북영화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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