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기술보안·하도급대금’ 삼중 규제…내년 건설현장 어떻게 달라지나

2025-12-01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안전사고 예방, 기술 유출 차단, 공정한 대금 지급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건설산업 규제 체계가 전면 재편되면서 내년부터 건설현장의 운영 방식이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단일 이슈별 대응이 아닌, 안전·보안·원가를 통합한 관리 체계가 사실상 필수화되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표준하도급계약서 59종 전체를 개정하고,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안전관리 조항을 신규 반영했다.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있거나 급박한 위험이 발견될 경우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도록 하는 ‘작업중지 의무’가 계약 단계에서 명문화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을 중심으로 현장 안전조치만 요구됐다면, 앞으로는 원·하도급 간 계약 자체가 안전관리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하도급대금 관련 규제도 한층 강화된다. 원재료 가격 변동을 하도급대금에 반영할 수 있는 ‘하도급대금 연동제’가 전 업종 표준계약서에 본격 적용되고, 물품구매 강제나 부당특약과 관련된 분쟁 발생 시 입증책임이 원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조항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큰 토목·플랜트 분야를 중심으로 연동제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규제 강화 흐름도 이어진다. 중대재해처벌법,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현장 관리 체계는 더욱 촘촘해진다. 기존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기반으로 한 최소 수준의 안전계획 수립이 중심이었다면, 내년부터는 하도급계약 단계에서부터 위험구간 지정, 응급 대응 프로세스, 작업중지권 절차 등 안전운영 체계가 의무적으로 표준화돼야 한다.

기술보안 규제도 더해진다. 정부가 최근 주요 SOC 및 대규모 민간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설계·시공기술 유출 방지 기준을 강화하면서, 출입·정보 접근 통제, 디지털 설계자료 관리, 협력사 보안 책임 범위 등이 새롭게 규제에 편입되고 있다. 인공지능(AI)·BIM 등 디지털 기반 시공기술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보보안 중요성이 커진 점이 반영된 조치다.

이 같은 ‘삼중 규제’가 내년부터 본격 실행되면서 원도급사의 관리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술보안 담당 인력 확충, 계약 단계 안전 프로세스 구축, 원가 연동제 대응 체계 마련 등 비용 부담 요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도급사 역시 안전·보안 관련 서류 제출과 현장 대응 의무가 강화돼 업무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신규 규제가 단기간 현장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전·보안·대금 체계가 서로 다른 법령에 의해 규율되고 있어, 실제 적용 과정에서 중복 보고·평가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술자료 접근 통제와 안전 문서화 의무가 동시에 강화되면서, 현장 관리자들이 ‘운영보다 보고’에 인력이 더 투입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상반기부터는 현장 운영 방식 자체가 단순 이슈별 대응이 아닌 ‘규율 기반 프로세스’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형 건설사는 본사 기술·안전 조직을 확대해 현장별 리스크 분석과 문서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9월 안전조직을 전면 개편을 통해 기존 안전관리 중심이 아닌, 연구·분석 기반 안전예방체계를 구축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드론, 디지털트윈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시공단계부터 안전·품질을 디지털로 관리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늘어나는 방향 자체를 피할 수 없다면, 결국 내년 건설현장의 경쟁력은 ‘문서화·보안·안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합 운영하느냐에 달렸다”며 “기존 관리모델을 데이터 기반 규율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업계의 공통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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