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이 3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2년간 이어진 실질임금 마이너스는 처음 나타난 현상으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생계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올해는 정치 불안과 경기 악화로 실질임금 흐름이 다시 악화되고 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한층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실질임금은 월 355만 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올랐다. 명목임금이 405만 5000원 증가하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이 2.4%(물가지수 114.09)를 기록한 덕분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3년 만에 실질임금 플러스 전환이 가능하다. 지난해 11~12월 물가 상승률이 1%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또 매년 12월 임금은 상여금 등 특별급여 지급 영향으로 평월 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온 점도 실질임금 플러스 전환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해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전환됐는지 여부는 올 2월 고용부가 발표할 올 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로 최종 확인된다.
실질임금은 실제 임금 인상 효과가 확인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민생 지표다. 하지만 올해 실질임금은 경제위기 탓에 다시 악화될 수 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정치 불안이 경제를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소비심리와 고용 모두 최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취업자 수는 3년 10개월 만에 감소했다. 작년 연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약 16만명으로 2023년(32만 명) 대비 절반 수준이 됐다. 한국은행은 결국 1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기준금로 동결 직후 “환율이 만일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저희가 예측했던 1.9%보다 오른 2.05%가 될 것”이라며 “물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종전보다 인정 범위를 크게 넓힌 ‘새로운 통상임금의 효과’를 두고서도 기대가 엇갈린다. 노동계에서는 기업들이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임금인상 부담을 전면에 내세워 연간 임금 인상폭을 예년보다 낮추려고 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새 통상임금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특히 통상임금이 정하는 가산수당이 늘어나는 혜택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체와 무관하다. 새 통상임금이 우리 고용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 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상황은 각 사업장의 임금 협상 ‘대리전’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는 3월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돌입한다. 이미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하는 노사가 예년보다 세게 부딪힐 여건이 조성됐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1.7%로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아 내년도 고율 인상을 벼르고 있다. 경영계는 경제 위기와 더 낮아진 임금지급 여력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여러 경제 단체가 작년 말부터 실시한 기업들의 경기 전망 조사를 보면 ‘올해 경기가 최악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최저임금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다른 정부보다 최저임금이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경우 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해왔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저소득층 생계와 직결되고 실업급여, 산재보험 등 여러 정부 정책에서 지원 기준이란 점을 간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