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여성 피아니스트 최춘애씨
25일 뉴욕 카네기홀서 연주회
“죽을 용기로 세상 맞서자 결심”
소아마비 때문에 두 다리를 움직일 순 없어도 역경을 이겨낸 삶을 연주한다.
한인 장애 여성이자 피아니스트 최춘애(69)씨가 25일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
어릴 적부터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음악의 꿈을 좇아간 최씨의 인생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최씨는 1세 때 홍역을 앓으면서 소아마비까지 앓게 돼 다리의 기능을 잃게 됐다. 6세까지 계속 치료를 받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앞으로 두 다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만 남았다. 최씨의 아버지는 기술을 배워두는 것이 좋겠다며 피아노를 권유했다. 최씨는 그렇게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첫 피아노 선생님은 다리를 사용할 수 없어 페달을 밟을 수 없다는 이유로 다른 악기를 권유했다. 그럴수록 피아노에 대한 열정은 뜨거워졌다.
당시 사회적 편견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교육 기회를 제한했다.
최씨는 “초등학교 시절 다른 아이들은 나를 밀치고 놀리며 도망갔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학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이는 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고, 장애를 전염병이나 불길한 존재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었다. 결국 최씨는 18세에 삶의 희망을 잃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기적적으로 3일 후에 깨어났다.
그는 “그때를 계기로 죽을 용기로 세상에 맞서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1978년, 최씨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왔다. 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을 가졌다, 이후 46년간 장애인들에게 삶의 목적과 희망을 전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특히 1981년에는 발목에 힘이 돌아와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된 것을 계기로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더욱 커졌다.
53세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한 최씨는 지난 2008년 한국 수능 시험에 도전했다. 결국 세종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에 입학(2014년) 했다. 이후 피아노 전공을 목표로 67세에 아주사퍼시픽대 대학원 피아노과에 입학했다. 대학원 입학을 위해 3년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필수 과목 30개를 이수한 끝에, 올해 5월 69세의 나이로 졸업했다.
최씨가 카네기홀 무대에 서게 된 계기는 지난해 열린 IAPMT 콩쿨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다.
최씨는 “뉴욕과 카네기홀에 가본 적이 없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연주 자체가 떨리고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열심히 살아온 인생에 대한 보상 같고, 십여 년 전 꿈꿨던 카네기홀에서 연주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역경을 거친 꿈은 현실이 됐다. 최씨는 그 삶을 연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글·사진=정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