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님, 보고서가 왜 이래요?’…AI 믿었다가 업무평판 다 깎일라

2025-10-13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정작 미국 사무직 근로자 10명 중 4명은 AI를 기반으로 한 엉터리 결과물을 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업무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업무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동료들의 시간 낭비를 초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컨설팅업체인 배터업이 스탠포드대 소셜 미디어 랩과 함께 최근 미국 정규직 근로자 1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지난 한 달 간 AI로 인한 ‘워크 슬롭(work slop·엉터리 일처리)’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AI 슬롭(AI slop)은 원래 가축 먹이용 찌꺼기 등을 일컫는 단어인 '슬롭'을 기반으로 한 신조어로, AI로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질 낮은 콘텐츠를 의미한다. SNS 뿐 아니라 직장이나 업무에서도 AI로 만든 엉터리 일처리가 많다는 워크 슬롭이라는 신조어로 이어졌다.

배터업랩스의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워크슬롭이 주로 동료(40%) 들 사이에서 발생하지만 직속 부하직원(18%)이나 상사(16%)로 부터 나오기도 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전체 업무 결과물 중 약 16%가 워크슬롭이라고 봤으며 각 엉터리 업무를 해결하는 데 2시간을 쓴다고 답했다. 배터업은 이에 따라 근로자 1인당 발생하는 월간 비용이 186달러(26만원), 1만명 규모의 회사의 연간 비용으로 환산하면 900만 달러(126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특히 AI를 과신하다 워크슬롭을 만들어내는 동료에 대한 평판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은 워크슬롭을 준 동료에 대한 인식이 덜 창의적이란 쪽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신뢰도가 낮아졌다거나 업무 깜냥이 안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도 절반 안팎이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워크슬롭은 겉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당 업무를 의미 있게 진전시킬 만한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며 “AI를 통한 엉터리 작업물을 받아든 이는 작업물을 다시 해석하거나 수정하고, 때로는 아예 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딜로이트가 호주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오류가 포함돼 용역비를 일부 돌려주기로 한 사례도 발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호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구직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복지 시스템의 문제점 평가 보고서를 43만9000 호주 달러(약 4억1000만원)에 딜로이트에 발주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딜로이트가 작성한 보고서가 공개되자 오류가 적지 않게 있다는 지적이 학계와 현지 매체 등으로부터 나왔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위 보고서들을 각주·참고문헌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호주 법원 판결문도 조작해서 인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딜로이트는 참고문헌으로 제시한 출처 141개 중 문제가 발견된 14개와 본문의 조작된 인용문 등을 삭제한 보고서 수정본을 최근 제출했다. 특히 수정본에서 보고서에 오픈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 GPT-4o 기반 도구를 사용한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고 인정했다.

블롬버그의 칼럼니스트인 캐서린 소르베케는 “워크슬롭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더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신호”라며 “기술의 초기 단계에 있는 AI는 지능에 심각한 장애물들이 있기 때문에 글쓰기가 유려할 지라도 이면의 자료를 진정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AI가 보고서를 즉시 생성하는 모습은 매혹적이지만 여전히 사실확인과 인간의 감독이 필요하다”며 “사무실에 워크 슬롭이 많이 쌓일수록 인간의 지능은 더욱 귀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