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백지화' 직접 언급 피하고 "시한폭탄 멈춰라"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의료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측 관계자들 문책을 요구했다. 또 산적한 의료 시스템 상의 시한폭탄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내년도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요구는 아직 비대위 내부 논의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1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를 향해 의료사태를 야기한 책임자들의 문책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대정원 증원 규모와 관련해 의협과 19차례 협의했다고 보고한 관계자,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고한 관계자, 전공의들의 사직서수리금지명령 등 행정명령을 내린 주체 등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협과 보건복지부 양자 협의체인 '의료협안협의체'에 참여했을 때,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며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소송의 결정문에서도 2000명이라는 숫자는 지난 2월 6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증원을 발표하기 직전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군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의협과 협의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했고, 윤 대통령은 그들에게 속아 지난 4월 1일 대국민담화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며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복지부는 사직서수리금지명령으로 거의 3개월 동안 전공의들이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게다가 수련기관이 월급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공문을 내놨다"며 "공무원이 직위해제 처분이 돼도 봉급의 80%를 지급하고, 심지어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직위해제된 경우에도 50%를 지급한다"고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현행 의료시스템 문제를 언급하며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처벌 위험, 주당 최대 88시간 근무하는 대학병원 근무환경 등을 나열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부문에 갖가지 시한폭탄을 장착해 놓았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시한폭탄을 멈추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시한폭탄 해체'가 전공의·의대생들이 주장하는 대화 전제 조건인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전면 백지화'는 아니라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내년도 의대증원 백지화 요구는 비대위원들이 모여서 결정할 문제"라며 "이미 상당히 늦었다. 협의를 하든 하지 않든 의대 교육은 파행으로 돌아갈 것이고, 이것은 10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시한폭탄이란 정부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이번 정책을 시행했는데, 정반대로 지방의료가 파탄이 나고 경영위기가 나오고 있는 점, 내년 1월에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아 그들이 공중보건의사로 파견될 지역들에 큰 어려움이 발생하는 점, 내년 의대 신입생들이 들어와 공부를 하는 문제 등"이라고 부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여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현재 여의정 협의체에는 의료계측에서 대한의학회·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참여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여의정 협의체 참여 문제는) 비대위원들과 전공의·의대생들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현재 협의체가 진행되는 상황을 볼 때 과연 저기서 어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적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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