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AI가 사업계획서·코드·마케팅까지…MZ세대 창업 패러다임 바꾼다”

2025-10-09

“얼굴도, 목소리도, 사람도 필요 없고, 스마트폰 하나와 인공지능(AI)만 있으면 유튜브 쇼츠 창업은 시작됩니다.”

한 외국인 대학생 창업가의 실제 이야기다. 그의 비즈니스 모델은 AI가 자동으로 영상을 생성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유튜브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촬영·편집·녹음 등 기존의 노동집약적 과정을 모두 AI가 대신하면서, 스마트폰만으로 시작된 '초간단 창업 모델'이다.

국내 대학생 창업 현장도 다르지 않다. 22세에 인공지능 문서 이해 기업을 창업한 한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정보 수집과 요약을 AI로 자동화해 업무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였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AI는 대학생 창업가들에게 '일당백 도구'가 되고 있다. 과거라면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해야 했던 일을 AI가 대신하면서, 창업자가 시장 검증부터 투자 제안까지 전 과정을 홀로 소화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학생 창업의 첫 단계인 시장 분석에는 퍼플렉시티 AI나 제미나이(Gemini) 등 분석형 AI가 주로 활용된다. 이 도구들은 산업 보고서 수십 건을 단 몇 분 만에 요약할 수 있다. 챗PDF 같은 도구는 수백 쪽에 달하는 논문도 대화하듯 간결히 압축한다. 창업 아이디어 구현에 가장 중요한 '정보 탐색'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셈이다.

국내 한 기창업자는 “매일 아침 AI가 비즈니스 관련 기사를 실시간으로 요약해 메신저로 보내주는데, 과거 30분 이상 걸리던 리서치 시간이 5분 이내로 줄어 시장 동향 파악이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개발과 프로토타입 제작 단계에서는 클로드(Claude)나 커서 AI(Cursor AI) 같은 개발형 AI 도구가 활약한다. 예컨대 사이트에 회원가입 기능을 붙이려면 “회원가입 페이지에 필요한 파이썬 코드를 짜줘”라고 요청하면 클로드가 기본 코드를 곧바로 제공한다. 커서 AI는 코드 작성뿐 아니라 기능 구현까지 지원하는 개발환경에 특화된 AI 코파일럿이다. 챗봇 형태라 개발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업무 자동화 툴도 보편화되고 있다. 메이크(Make)나 n8n 같은 AI와 연동한 자동화 도구를 이용하면 기본적인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할 수 있고, 이를 챗GPT나 제미나이와 연동해 고도화할 수 있다.

한 대학생 창업자는 “고객이 랜딩 페이지에 정보를 입력하면 슬랙에 알림이 가고 구글 시트에 자동 기록되는 구조를 n8n 플랫폼으로 단 몇 분 만에 구축했다”며 “몇 가지 노드와 자신의 인증만 연결하면 기획자가 수 주 동안 작업했을 일을 AI가 대신한다”고 말했다.

초기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마케팅 단계는 AI가 가장 두드러지게 빛나는 분야다. 미드저니(Midjourney)는 로고나 제품 이미지를 즉시 제작하고, 감마(Gamma)는 긴 사업계획서를 투자용 프레젠테이션으로 자동 생성한다. 챗GPT와 재스퍼(Jasper)는 “20대 여성을 겨냥한 유머러스한 광고 문구 10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맞춰 문구를 빠르게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유튜브 쇼츠 창업가 역시 영상 편집과 내레이션 과정을 모두 AI로 자동화해 콘텐츠 제작 단계를 간소화했다.

창업가들의 AI 활용 니즈가 커지면서, 대학 역시 이에 대응한 다양한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중앙대 창업교육센터는 두 가지 방향으로 AI 교육을 진행한다. 하나는 AI 기술 자체에 창업 아이디어를 녹이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교육이다.

최용석 중앙대 교수는 “AI가 일당백의 도구가 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프롬프트를 느슨하게 작성하면 느슨하게 대답하고, 집요하게 물어보면 집요하게 대답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쓸 답을 얻으려면 프롬프트를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대 창업보육센터는 AI를 활용한 사업계획서 및 홍보영상 제작 실습 교육을 준비 중이다. 학생들의 높은 수요를 반영해 정기 교육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대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사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AI 활용법에 특히 관심이 많다”며 “카피 작성이나 디자인 등 실질적인 '하우투'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정기 강좌로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I가 창업의 '정답'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 교수는 “창업과 사업이 성공하려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AI가 고객과 현장을 완벽히 이해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AI는 여러 업무를 대신해주면서도 현장과 고객을 찾아갈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 주는 강력한 조력자다. 따라서 AI가 주는 답을 정답으로 여기기보다,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도구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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